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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Aug 18. 2023

에세이 작가의 "이키가이" (1)

어떤 글을 쓸까, 어떤 작가가 되어야 할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고민해 본 것은 언제였나요? 생각하다 보면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종종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에 많은지, “이키가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이키가이(ikigai)"는 일본어로 '삶의 가치' 또는 '삶의 목적'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해요. 다른 말로 하면 ‘존재하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사람들이 삶에 열정과 목적을 느끼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개념입니다.


이 글은 이키가이의 개념에 대해서 깊게 연구하는 글은 아닙니다. 이키가이의 개념을 어떻게 에세이를 쓰는 작가에게 적용해서, 작가의 세계관과 비전, 그리고 타겟 독자 정의와 같은 브랜딩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이키가이란,

출처: The Government of Japan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만나는 중심 부분이 바로 이키가이, 즉 '삶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 (What you love)

잘하는 것 (What you are good at)

세상에 필요한 것 (What the world needs)

돈이 되는 것 (What you can be paid for)



4가지 요소의 교차 지점

네 가지 요소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여러 가지 상태가 발생합니다.


두 가지 요소가 만나는 지점은 두 가지가 겹치는 동시에, 두 가지가 빠져있습니다.   


[돈이 되는 것 X 잘하는 것] 

잘하면서 돈이 되는 것은 직업으로 가지게 되죠. 

내가 채우고 있는 이 자리에 남들보다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뽑혔고, 그래서 회사는 나에게 돈을 줍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세상에 필요한 일도 아니기 때문에 월급날 빼고 나머지 29일이 괴로울 수 있어요.  


[잘하는 것 X 좋아하는 것]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에는 열정을 가지게 되죠. 

잘하는 취미가 있으신 분들, 예컨대 노래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분들은 취미에서 오는 만족감을 아실 거예요. 하지만 세상이 필요로 하지도, 돈이 되지도 않기에 (돈을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 다행) 자기만족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좋아하는 것 X 세상에 필요한 것] 

좋아하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에는 사명을 가지게 되죠. 

사명이라는 단어가 거창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줬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혹은 정말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꾸준히 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다만 내가 잘하는 것도, 돈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지가 흔들리기 쉬워요.  


[세상에 필요한 것 X 돈이 되는 것] 

돈이 되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천직으로 가지게 되죠. 

그러나 내가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기 때문에 역시나 지속가능한 동기부여가 어렵습니다.  


세 가지 요소가 겹치는 지점에도 의미가 있어요. 한 가지가 빠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돈이 되는 것 X 잘하는 것 X 좋아하는 것] 

만족스럽지만 무용합니다. 

여기서는 일정한 삶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안정된 삶의 상황을 가진 덕분에 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커뮤니티나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아 무의미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잘 관리되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잘하는 것 X 좋아하는 것 X 세상에 필요한 것] 

기쁘고 충만하지만 빈곤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의미 있는 관계, 만족스러운 직업, 또는 깊은 영적 경험으로 인해 삶에서 기쁨과 완전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금전적인 풍요나 물질적인 사치는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것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충만함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것 X 세상에 필요한 것 X 돈이 되는 것] 

흥분되고 자기만족을 느끼지만, 불안합니다. 

현재의 새로운 기회, 모험, 도전으로 인해 흥분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동시에 편안함 또는 과도한 자신감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숨어 있습니다. 무언가를 잘하지 못할 때, 경쟁자가 나타나거나 상황이 변화하면 어떤 위험을 대면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세상에 필요한 것 X 돈이 되는 것 X 잘하는 것] 

편안하지만 공허합니다. 

기본적인 필요를 모두 충족하면서도 특별한 고난이나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의미와 즐거움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음에는 

이 요소들과 교차 지점들이 에세이 작가의 글쓰기 세계관, 즉 '글쓰기 이키가이'를 찾아갈 수 있을지, 에세이 작가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Photo by Melissa Aske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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