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를 읽고
책 표지에 적힌 글을 읽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부제는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이다. 조용하고 할 말 많은 내향인의 은밀한 자기돌봄이라고 했다. 내가 나중에 책을 내게 되면 표지에 눌러 담고 싶은 활자들이었다. 때로는 표지가 잘못된 선택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도 웃었다, 울었다, 긴장했다가 또 완화되기의 연속이었다.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에 말을 고르는 글 속 작가님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카톡을 적었다 지웠다, 이모티콘을 지웠다 다시 넣기를 반복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례한 사람에게 쉽지 굽혀주지 않는 단단한 마음 같은 것들을 응원한다. 내향인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빨간 실로 연결되어 있는 듯, 나는 책을 읽으며 교실 속에 덩그러니 서있기도, 회사 회의실에서 화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기도, 침대 옆에 서서 개다리춤을 추기도 했다. 특히 6장의 <코뿔소 모녀>를 읽을 때는 마치 세렁게티에서 코뿔소 모녀를 보는 기분으로 사무치게 외로운 마음을 삼켜냈다.
문장 하나하나의 어휘력과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녕 발간한 책이 두 권째인 분의 필력일 수 있는 것인가. 내향적인 개인이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불안과 감정들을 섬세한 비유로 보여준다. 작가는 세심하게 언어를 선택하며 감정의 높낮이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성취”를 통해, 글을 통해 자아를 조금 더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불안에 떨던 그 마음을 쓰다듬는다. 그래서 말 꺼내기를 머뭇 거리는 게 일상인 내향인이라면 이입을 견딜 수 없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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