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통치하는 세계
“나르시시스트에게 타인의 경계는 행사하고 싶은 통제력을 막는 장애물이다.”
『나르시시스트 관계 수업』 _(1장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탄생_그들은 어떤 무기를 선택하는가 中)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딸의 경계선을 자꾸만 무너뜨린다. 상대방이 경계선을 지키려 들면 자신이 거부당한다고 느끼며 거칠게 저항한다. 자신과 타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구분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리커버 에디션)』 _(4장 사랑도 일도 꼬여 가는 딸_부모 복 없는 딸, 남편 복도 없는 이유 中)
사람은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타인과 적정한 거리를 두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침범당하지 않는 최소한의 한계선(경계선)이 존재한다. 타인이 그 선을 침범하게 되면 불편함을 느낀다.
‘3. 소유, 소유할 수 없음’에 나왔듯 나는 ‘내 것’도 없었지만 ‘경계’, 곧 ‘내 공간’도 없었다.
집에 있는 모든 문은 현관문을 제외하고 잠글 수 없었다. 엄마는 문을 잠그지 못하게 했다. 그게 엄마의 규칙 중 하나였다.
문을 잠그지 못하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해당했다. 내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샤워를 할 때조차 문을 잠그지 못하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도 문을 벌컥벌컥 열고 갠 수건을 넣어야 한다며 들고 들어왔고, 휴지를 채워 넣겠다고 노크 없이 아무렇게나 들어왔다. 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문을 두들기며 새 화장지나 수건을 집어넣으라고 재촉했다. 좀 있다가 직접 할 테니 화장실 문앞에 둬 달라는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문을 열지 않으면 계속 두들기면서 ‘지금 당장’ 하라고 했다. 엄마의 재촉은 문을 열어 휴지나 수건을 내 손에 넘겨받아야만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내 방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조차 ‘개인적인 나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는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방에서 옷 갈아입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를 시키거나 닦달했다.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만 기다려달라 해도 자신이 시킨 일을 ‘당장’ 하지 않는다며 ‘맨날 지 일만 중요하지.’, ‘엄마 말을 듣지 않는 딸’, ‘엄마의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딸’이라며 나를 탓했다.
내가 수백 번을 노크 좀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거나, 방에 들어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들어오면 안 되냐고 물으면 ‘엄마가 딸 방에 들어가는 것도 못 하게 하냐?’, ‘엄마가 딸 방에 들어가는 것도 허락받아야 하니?’, ‘이거 하나 주러(혹은 뭘 좀 시키러) 들어가는 것도 내가 니 허락을 받아야 해?’라는 말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내 말을 잘랐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샤워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노크를 부탁하거나 내가 화장실에 있는 거 알면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들어오면 안 되냐고 물어도 ‘같은 여자인데 무슨 상관이냐. 내가 너 아기 때 다 씻겨주고…’라며 내가 하는 말을 막았다.
문을 잠그지 않고 닫기 만해도 엄마는 닫은 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질렀다. ‘문 좀 닫지 마라.’, ‘문 좀 열고 살아라.’, ‘문을 왜 닫아 왜.’, ‘문 열어 놔.’, ‘문 닫아 놓고 뭐 하는데.’
만약 문이 잠겨있으면 문이 부서질 듯 두들기며 협박을 했다. ‘문을 왜 잠가.’ ‘당장 문 열어.’, ‘어디서 문을 잠가?’ 그렇게 해서 문을 열면 항상 호되게 욕을 먹거나 두들겨 맞았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혼이 난 뒤 방으로 들어갈 때면, 잠시나마 어떻게든 나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문을 잠그진 못해도 슬그머니 방문을 닫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문이 닫히는 소리가 엄마 귀에 들리게 되면 한바탕 화를 내고 침묵하던 엄마는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분노를 가득 품은 얼굴로 곧장 달려와 방문을 열고 소리 지르면서 물건을 던지거나 나를 혼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성인 이후까지 이어진 엄마의 이런 행동을 이해 가능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그저 통제 성향이 강한 사람. 이별(단절)에 관해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 이해하려 노력했다.
‘집’이라는 곳은 쉴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하는 말일 텐데,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단 한 번도 휴식이라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다.
나의 개인 공간을 무시하는 엄마에게 경계를 침범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개인 영역이라는 경계를 배운 적이 없으니, 타인이 아무렇게나 내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알지 못해 나 자신을 자주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기도 했다. 나를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지만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게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1. 이 글은 독립출판을 염두하고 쓰는 글입니다. 올해 말로 계획하고는 있지만 글을 쓰는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계획이 고정되면 공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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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풀어쓰기로 마음 먹은 만큼 어떤 사건들은 임의로 수위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