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감각으로 기록하는 명상✨

오늘은 걸어서 퇴근합니다.

by 사라는 요가 중

퇴근길

총 시간: 1시간 10분


사람들은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도로에 버려지는 것처럼 느껴져 따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장거리 고속버스에 혼자 앉아 가는 그 시간이 편했다.


그 시간은 목적지에 닿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 같은 것이라, 그 순간만큼은 합법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틈마저 헛되이 보낼 수 없다며, 기어이 암기거리를 꺼내거나 음악 속에 깊이 파고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다.


그래도 어떤 날은 피곤함이라는 핑계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지나쳐가는 창밖 바라볼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창밖 풍경을 너무 좋아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그땐 그냥 "아!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편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수련을 하면 어느 순간 하나의 개념이 새삼스럽게 깊숙이 와닿을 때가 있다. 이번에는 그게 명상이었다. 명상은 여러 형태로 진행될 수 있지만, 난 내 급한 성격을 버리지 못한 채 늘 호흡의 횟수를 세거나 시간을 가늠하며 규격화된 틀에 맞춰 진행하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간의 목적이 없는 호흡을 접하게 되었고, 문득 생각했다. 그저 호흡만으로도 명상이 된다면, 명상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동안 언제 어떤 모습으로 명상을 마주해 왔을까?


명상이 좋은 건 이미 알고 있고 특히 성격 급한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에 명상센터가 없다는 핑계로 늘 미뤄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 탓이 아, 어쩔 수 없는 환경 탓이라 여기며 이 대단한 명상을 감히 혼자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나도 힐링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명상이 아니었을까?


고속버스를 타고 타지로 이동할 때, 굳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지 않아도 저 멀리 산과 하늘이 보여주는 시시각각 새로운 풍경에 집중하던 순간. 그 순간이 나에게는 곧 힐링이자 명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명상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장거리를 오가긴 힘드니, 당장 내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던 중 요가 선생님께서 걷기도 명상이 될 수 있다고 귀띔해 주셨다. 그렇다면 당장 내일 퇴근길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미리 생각해 둔 루트대로 음악을 들으며 아주 열심히 걸었다. 걷기에 활력을 줄 것만 같은 신나는 음악이 나올 때는 조금 속도를 내었다. 요즘따라 들려있는 호흡과 갈비뼈를 걸음으로써 내린다 생각하고 쉴 새 없이 걸었다. 어느새 붙는 가속도를 즐기다가 괜히 횡단보도가 나와서 잠시 멈춰야 할 땐 아쉽기까지 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목표를 달성하고 집에 돌아오니 온몸은 땀방울로 젖어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했다.


내가 걷기 명상을 한번 하면서 눈에 띄게 특별하게 바뀐 건 없다. 다만 약간 내려간 턱과 몸의 움직임에서 오는 작은 성취감이 걷는 동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스스로 알려주는 듯했다. 내 몸이 나에게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감각, 일종의 고유수용성감각이 깨어난 순간이구나 싶었다. 마음이 묘하게 편안해졌고 그 편안함이 생각보다 꽤 좋았다.


오늘 걸어서 퇴근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다들 "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야?"라며 의아한 반응이었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몸이 적당한 힘듦을 느끼면서 건강함과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것이라면 또 고생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안 하던 걷기를 해?"

나는 대답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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