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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타토 May 30. 2016

혼자 독일어 공부하기

독일어 독학 커리큘럼

 나는 독일어 공부를 스무살이 넘어서 처음 시작했다. 제2외국어를 배우지도 않았고, 독일어를 전혀 접할 기회가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써 처음 공부를 시작할때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을 제외하고 독일어 학원이 있는 곳이 몇군데나 있을까) 모든것을 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궁금한것에 대한 답변도 내가 찾아보고, 커리큘럼을 짜는것도 내가 해야하고, 그 와중에 커리큘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어떤 것이 있나도 내가 찾아봐야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공부할까'라는 전략을 세우는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다.


 독일어나, 기타 외국어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보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나의 소소한 경험담과 그 과정에서 느낀점,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데에 효과적인 커리큘럼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나도 공부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맹신하지는 말고, 주위에 독일어 고수가 있다면 반드시 도움을 요청할것! 나는 혼자 시작했기에... 완벽한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유럽의 공인언어 시험들은 대부분 A1, A2, B1, B2, C1, C2 로 단계가 나뉘어지며 A1이 가장 쉬운 단계, C2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이민이나 취업, 교환학생을 위해서는 해당언어의 B2 단계를 취득하여야 하고 현지의 대학에 입학하려면 C1을 취득하여야 한다.(학교, 국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들은바로는 그렇다. 이 포스트를 맹신하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확인해 볼것) 그러니 뭘 하려고 하든 B2정도는 따둬야 쓸모가 있다. 현재 나도 B2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컨텐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학습 사이트팟캐스트, 한국어로 된 문법 교재.. 등등.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사용하면 금새 지치기 쉽고, 너무 쉬운걸 오래 붙잡고 질질 끌다보면 모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을 두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여,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공부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혼자 공부하면 이런 과정들이 힘들다. 영어학원을 다닐때는 알아서 다 해줬던거 같은데 ~.~ 그래도 뭐 어쩌겠나. 해야지.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처럼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사람들은 내가 제시한 방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처음엔 쉽게



 처음부터 문법책을 들고 시작하면 일주일도 안돼 포기하게 된다. 처음에는 간단한 문장 위주로 우선 해당 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문법은 그 다음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학습법에 최적화된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바로 Duolingo와 Babbel. 듀오링고는 무료이며 사이트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할 수 있고, Babbel은 유료이며 사이트 언어로 한국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나는 Babbel을 이용하여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듀오링고는 잘 모른다. 플랫폼이나 학습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커리큘럼이나 수준도 비슷할 것으로 추측되며 아래에서는 Babbel을 이용해 설명하겠다.


 Babbel은 A1부터 B1까지 수준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A1, A2는 Beginner Course 1 ~ Beginner Course 6으로 제공된다. Babbel.com 에서 무료 맛보기 를 할 수 있고, 이후에 계속 이용하고 싶다면 결제를 해야한다. 결제는 강의별이 아니라 기간제로 이루어져있다. 기간 내에는 Babbel.com 의 모든 코스에 접근 권한을 갖는다.


 공부를 막 처음 시작했을때는 Babbel의 비기너 코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른 자료들은 봐봤자 이해도 안될뿐더러 난이도가 높아 금방 지치게 한다. 적어도 Babbel 비기너 코스를 끝내야 다른 방법들이 의미가 있다.


 나는 한국어로 된 문법 책(최신독일어)를 사서 Babbel을 이용하여 공부하다가, 중간에 문법에 관한 파트가 나오면 바벨이 끝나고 그 부분만 한국어로 된 책으로 다시 한번 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바벨과 한국의 문법책을 비교하자면 바벨은 문장을 먼저 보여주고, 거기에 사용된 문법을 설명해주는 반면 문법책은 문법을 먼저 알려주고 예문을 들어준다. 나는 바벨의 학습방식이 더 좋았다. '내가 어떤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문법이 필요한지'를 알고 공부하는것과 피상적으로 '이런 문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는건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문법책은 한번씩 참고하기만 하고 문법책을 주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비기너 코스가 끝나면 대부분의 간단한 독일어 문장은 사전을 참고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기너 코스가 끝나면, 비로소 다른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수준에 따라 공부 방법을 바꾸는게 중요한데 처음 시작할때는 그걸 잘 몰라서 왜 실력이 안늘지..? 하고 고민하며 애를 많이 먹었다. 일정한 수준이 될때마다 자신의 공부 방법을 바꿔야 한다. NYU유학생 님의 이 글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2. 팟캐스트



 비기너 코스가 끝난 다음에는 선택권이 넓어졌기에 여러가지 학습자료를 병행하여 사용했다. 하나만 하면 얼마나 편하겠냐만은.. 각각의 자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섞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메인으로 사용한 자료들과 부가적으로 사용한 자료들이 있는데 메인으로 사용한 자료들부터 먼저 설명하겠다. 메인으로는 DW 팟캐스트를 이용하여 듣는 시간을 늘리고, Delfin 워크북(Arbeitsbuch)을 이용하여 문법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문법에 대한 감을 익혔다. 


 바벨을 통해 독일어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바벨을 끝났을때의 내 수준은 딱 글로 쓰여진 독일어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벨로 공부할때 듣기에 별로 집중하지 않아서인지 읽기는 가능한데 듣기로는 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또 다양한 형식의 독일어 문장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내용이 바로바로 이해되지 않았다. DW 팟캐스트의 Audiotrainer를 이용하여 받아쓰기를 하면서 집중해서 듣는 경험이 늘었고, 비로소 글로 된 단어와 문장이 소리와 연결됐다. 


 그리고 나서 Deutsch - Warum nicht? 를 들었는데(Audiotrainer를 10개쯤 들었을때부터 시작했다.) Warum nicht에서는 사람들간의 대화가 나와서 더 듣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양한 문장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문장 구조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게 좋았다. 바벨 비기너 코스를 끝냈다면 Warum nicht는 스크립트를 보면서 읽으면 내용을 80%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 어렵지 않단 소리. 앞서 계속 강조해왔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료를 사용하는게 중요하다. 듣기는 이렇게 공부하고 있다.





3. 워크북, 문법책


 바벨과 팟캐스트를 거치면서 듣기와 읽기는 어느정도 해결되었는데, 쓰거나 말로 하려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거의 만들 수 없었다. 우선 문장구조에 대한 문법적인 이해와 경험이 부족했고, 문장을 만드는 자체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어순이 어려웠다. Babbel에서는 이미 다 만들어진 문장을 보여주니까 그걸 보고 이해할수는 있었지만 내가 직접 문장을 만들때는 어떤 단어부터 배치해야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도치/후지, 접속화법 등.. 한국어와도 다르고 영어와도 다른 문법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쓰기 말하기의 기본은 문법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말하고 쓰는 경험은 적어도 이 부분이 해결되고 나야 효과가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서였다.


 Babbel에서의 문법 공부는 충분히 알차고 이해하기 쉬웠지만 연습문제들이 아쉬웠다. 연습문제가 부족했다는 소리. 그래서 따로 문법을 연습할 수 있는 책을 구했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책 중에 가장 적합한건 Delfin의 Arbeitsbuch (워크북) 였다. 문법을 알고 있는 것과 반복적으로 적용해보면서 숙달하는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초적인 문법을 반복하여 테스트하면서 숙달하게 해준다. 각 단원마다 한국어로 된 문법책을 참고하여 다시한번 내용을 숙지하고, 문제를 풀고 매기고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이렇게 숙달된 문법은 내가 직접 말을 하거나 글을 쓸때 자연스레 베어나왔다.





4. 인터팔



 쓰기와 말하기를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언어교환, 해외펜팔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입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는 플랫폼이다. italki.com 등 다양한 사이트가 있는데 나는 인터팔을 가장 먼저 접했고 쭉 사용해오고 있다. 인터팔에 가입하여 프로필을 작성하고,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언어와 배우고 싶은 언어를 입력하면 내 프로필을 읽어본 사람들에게 메세지가 온다. 먼저 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다.


 나는 독일어를 배우고 싶고, 한국어 원어민이며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올려뒀더니 주로 독일어가 모국어이고 KPOP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에게 메세지가 왔다. 대부분 KPOP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었다. 독일어로 메세지가 오는 경우도 있었고, 영어로 메세지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어휘력의 부족으로 인해 아직 사전을 보면서 메세지를 보내지만, 그래도 그렇게 메세지를 보내면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호의적인 친구들은 내 문장들을 교정해주기도 한다. 궁금한게 생기면 바로바로 질문도 할 수 있고, 매우 좋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때는 매우 힘들었다. 그건 인터팔이 아니고 내 문법 지식의 문제였는데, 나는 문장 구조(어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접속사와 관계대명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했기에 도무지 S+V+O에서 벗어나는 문장을 만들 수가 없었다. 영어로는 I think that ~~, I know the guy who ~~ 와 같은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지만, 독일어로는 전혀 그러지 못했기에 문장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문제를 파악하고 문법책을 통해 그 부분을 빠삭하게 공부하고, 문장을 만들어가며 이렇게 쓰는게 맞느냐고 인터팔 친구들에게 확인을 받았다. 지금은 어느정도 복잡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어서 독일어로 대화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 전까지는 조금만 문장이 복잡해져도 영어로 얘기할수 밖에 없었는데. 나 자신이 장하다.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정도 친분이 쌓이면 스카이프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겠지만 fluent in 3 months 라는 프로그램에서 보내주는 메일에 의하면 스카이프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금 더 친구들과 친해지면 스카이프로 말하기 연습도 시작할 계획이다. 




5. 마치며


 글의 이해를 위해 각 공부방법마다 번호를 붙이고 순서대로 써놓았지만, 저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한것이 아니라 바벨을 제외하고는 모두 병행하여 한꺼번에 진행한 것이다. 바벨을 하는 도중에 계속 문법책을 봤고, 바벨이 끝난 이후에는 바로 팟캐스트와 워크북을 이용해 공부하면서 계속 문법책을 봤다. 그리고 지금도 팟캐스트와 워크북을 풀고 있으며, 인터팔은 최근에 시작해 친구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으며 문법책을 보고 접속사와 접속화법을 공부하고 있다. 

 중요한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이를 보충할 것인지 결정하는것!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공부법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면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나는 무슨 자료가 있는지 조차 몰랐기에 그걸 찾는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 사용가능한 다양한 자료를 계속 업로드 할 예정이니, 본인의 커리큘럼을 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NYU유학생 님의 '공부와 습득을 조합하라' 라는 글은 큰 도움이 된다. 꼭 읽어보길 바란다.





더 많은 자료와 꿀팁은 '독일어 혼자 공부하기' 블로그에서!

http://dasgutelebe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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