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꿈'은 핑계고 그냥 도망친 거야
퇴사 이야기. intro
"인생은 한 번뿐."
"꿈을 위한 선택."
"나다운 삶."
"행복을 찾아서."
퇴사 한 번 했을 뿐인데, 뭔 인생의 큰 파도를 넘은 것 마냥 거창한 소리를 늘어놨다.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퇴사하고 진짜 원하는 삶을 좇는 거지 뭐..."
덤덤한 척 말했지만 지인들은 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줬다. 주변의 반응에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들떠서는 점점 더 그럴듯한 포장지로 내 퇴사를 미화했다. 실제로 내가 왜 퇴사하게 되었는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
.
.
.
YOLO고 뭐고, 그냥 힘들어서 퇴사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대기업에 다닐 때 나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높은 월급을 받아도, 수천만 원의 성과급이 통장에 찍혀도 별 감흥 없이 그저 회사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가 불행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거였다.
자존심, 오만함,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
혈기 왕성한 신입사원의 마음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허영심으로 가득했다.
도망칠 핑계를 대기 위해 내 주변을 탓했고, 회사의 불합리함을 내 퇴사의 이유로 합리화시켰다.
'내 꿈을 찾아 떠난다'며 회사 문을 나섰던 어린 청년은
사실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피해 버린 겁쟁이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