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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May 10. 2016

음악처럼 스쳐가는 인연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듣게 되는 음악처럼

유치원 때 좋아했던 여자 아이는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용기 있고 활기찼다. 젊은 여자 선생님들은 우리를 불러 놓고 서로 좋아하는지 나에게 물어보고 그 친구한테도 물어봤다. 나는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 친구가 좋다고 했다. 그러면 나도 좋다고 했다. 장기자랑에서 꼭두각시 춤을 출 때,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는 둥 마는 둥 했고 여자 아이는 어떻게든 그런 내 시선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내밀었다.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싸이월드를 통해서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우리는 방명록이라 불리는 서로의 우체통에 짧은 편지들로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도 신기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때 친구가 성인이 되어 나와 이야기를 하는 그때 당시의 사실이.


친구의 답변이 점점 늦어졌고, 연락이 줄었다. 확실한 끝맺음 인사도 없이. 반가웠고 신기했던 감정은 눈앞에 보이는 하루하루에 흐려졌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하루가 되었다.


서른 살 봄, 동네 큰 인도로 유치원 아이들이 손을 잡고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소풍을 가는지 기대에 찬 웃음소리들이 너무도 즐겁게 들렸다. 그 아이들을 보며 다시 그 친구가 생각났지만, 더 이상 그 생각의 뒤를 이어주는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생각만 하고 끝이 났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경험한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소중한 인연들을 흘려보낸다. 좋은 느낌의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후의 관계 유지에는 좋은 느낌을 받은 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루하루의 삶에 지쳐서?

연락의 부재가 긴 나머지,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서?

귀차니즘의 대표주자라서?


아무리 지치고 어색하고 귀찮더라고, 만약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것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그럼에도 좋은 인연들을 흘려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필요성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뭐 그럴 수 있다. 워낙 삶의 목표를 동일화시키는 세상에서 나의 색을 찾는 것은 많은 용기와 시선을 받아야 하니까.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고, 나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건 사랑이란 감정만이 소유한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람과 사람이라면, 각자가 느낀 좋은 감정은 서로를 부른다.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다.

유치원 때 그 여자아이처럼, 그리움으로만 남는 인연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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