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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Jun 24. 2016

아름답고, 이쁘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한 모임의 술자리였다. 모두가 기분 좋게 달아올랐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분명 다르지만 그 다른걸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뽀뽀랑 키스 같은 거. 분명 다른데 부끄럽거나 애매해서 표현하기 힘들었잖아요. 뽀뽀랑 키스가 뭐가 다른지 어렸을 때 어떻게 구분했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뽀뽀와 키스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양한 생각들을 말하고 그 생각들로 웃느라 정신없었다. 답변의 해야 하는 의무는 나에게도 주어졌다. 어렸을 적을 생각했고, 분명 초등학교 때, 똑같은 질문을 했던 친구에게 대답했던 그 대사가 그대로 기억났다.


"뽀뽀는 얼굴을 똑바로 하고 입을 맞추는 거고, 키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입을 맞추는 거야 라고 말했죠"

모두가 내 답변이 끝나는 동시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당시 그 사람들이 왜 웃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내 답변이 웃음을 주었구나 하는 기쁨과 비웃음일까 하는 언짢음을 느꼈다. 가장 재밌는 답변이라며 다 웃고 나서는 박수를 받았다.


술자리의 끝이 다가올 때쯤, 질문을 던졌던 사람은 나에게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어렸을 때 할 수 있는 설명 중에서 자기한테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이뻤다고. 만족스러웠다는 개인적인 소감은, 잠시 가졌던 언짢음을 깨끗하게 지워줬다.






한 번쯤은 강요받는다.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자세하고 정확한 표현을 해주세요, 아름답고 이쁘게 해주세요와 같은 이런 강요.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애매한 것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름답게 표현하고 이쁘게 표현하는 건 어떻게 해야 그렇게 전달될 수 있을까? 대부분 고민하고 노력해서 상대에게 표현하지만, 결과는 오해와 불만족을 가져온 경우가 많았다.


'장미의 입은 빨간색이다. 생김새는 아름답다. 가시가 있어서 따갑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이렇게 장미에 대해 느꼈다면,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자세하며 정확하고 아름다우며 이쁘게... 그렇게 전달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감정이라던가 느낀 점에 대해서 자세하게, 정확하게, 아름답게, 이쁘게 라는 요청은 그래 어디 한 번 나를 만족시켜봐 라고 들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들이 찾아온다. 그동안의 쌓았던 정보들과 지식, 감성적 어휘력과 깔끔한 정리 능력 등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며 전달해 보려 한들, 우리의 감정과 느낀 점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우리는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려 해야 한다. 아주 어릴 적, 드라마를 보며 뽀뽀와 키스를 구분했던 그런 단순함을 기억해야 한다. 때론 단순한 설명만큼 완벽한 전달은 없는 것 같다. 더 이상의 덧붙임과 정리는 전달받는 이의 몫을 허락 없이 가져온 격이 된다.



장미는 빨간색이다. 생김새는 아름답다. 가시가 있어서 따갑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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