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 재밌었어요.
그 시절 그 동방.
그 동방에는 그 오빠가 있었다.
운동화는 하나도 없고 구두만 있는.
맨날 수트를 입고 다니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끊었던 연락을 '내 손'으로 찾았다.
공식적으로.
일단은 당신과 '사귄' 역사가 없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당신의 현재가 궁금하다고 말 할 수 있었거든.
근데 '사귄다'는 건 도대체 뭘까.
나는 아직도 이 단어의 말 뜻을 모르겠다.
아무튼 당신과는 '사귄' 역사가 없어,
공통의 지인께 당신의 현재를 부끄럼 없이 물을 수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 하자면, 오랜 망설임 끝에, 어쨌거나, 결국, 물을 수 있었다.
이성으로 느껴 본 적이 없는 탓이지.
내가 당신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건.
근데 아무리 돌아봐도 당신이 제일 잘 통했는데,
어, 근데 통한다는 말은 또 뭐야?
나는 사실 이 말 뜻도 잘 모르겠다.
그게 착각이 아니라는 확신은 뭘로 할 수 있는지,
이미 어긋난 사인데 기억에 자꾸 떠올리며 '당신 나랑 통했는데'라고 읊조리는 심리는 과연 뭔지,
껄껄, 나는 참 아는 게 없다.
어쨌거나 당신의 안부를 물었다.
공통의 지인은 다른 공통의 지인을 통해 안부를 전해주겠노라 답했다.
한국을 떠나 고생을 찔찔이 한 나인데,
그래도 운이 좋아 겨우 잘 풀려 안착해 안심한 나인데,
영화 속에서 보는 어떠한 인물인 듯 나를 두고 많이도 신기해 해 주어 한 동안 몸둘 바를 몰랐다.
친구야,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그냥 자기가 좋은 대로 살면 되는 거 같아.
아무튼 나는 여기가, 내가 좋아. 칭찬해 줘서 고마워. 너는 더 멋있어. 신여성.
여튼, 난 답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과 놀 때 가장 재미있었고, 당신은 정말 내 이야기 참으로 잘 들어줬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당신을
지금에와 생각해도 전혀 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세월이 갈 수록 그대가 신기하여, 결국 안부를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밝았지만 동시에 어두움이 언제나 드리워져있던 당신,
연락이 뜬금없어 죄송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으면,
거기 멈춰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나'에 질린 '나'라,
이젠 문제가 생길 시 바로 해결하고자 하여, 연락 드렸습니다,
부디 알려주세요.
당신은 누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