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장에 적은 후회를 지우고 삽니다

2026.2.21

by 지그시

후회더미로 태어났어요

태어났어요 고얀내 풀풀 풍기며

발자국을 염원한 인간이 빚어졌어요


이백육십밖에 몰라요

그 숫자만 배웠어요 자기만 보래요

이백육십오가 멀어져요

내게 도망치다 말을 배웠대요 입이 생겨서


발아래 지구를 등진 몸을 조심해라 조심해라


지워달라고 사라지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어요 눈부터 지워달라고

빌었어요


낮과 밤이 순식간에 박수를 치고

고여 있던 눈물이 내리네요

눈을 지웠더니 하늘에서 흘리네요


고사리가 기지개를 켜요

잔디들끼린 키 재기에 여념이 없네요

바다는 방금 일어났는지 하품을 하네요

쩌억


나무가 나무라요 남으래요

빚어진 김에 남으래요

매년 이즈음마다 찾아온대요


이제야 하늘을 닦아요

내일 온대요

내일이 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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