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에게 주름을 선사할 아들이란 것이 태어났다. 살아 있는 배를 갈라 살아갈 것을 꺼낸 용기가 대단해 “엄마”라는 타이틀을 쥐여 준 것이라고. 매끈했던 배에 연분홍의 고속도로가 만들어져도 웃었을 것이다. 고통으로 태어난 주제에 꿈과 희망과 미래의 우렁찬 울음이라니. 갈색들 사이에서 피어난 작은 초록 잎사귀를 본 것마냥 기뻐했을 순간. 영화감독의 “눈은 울고 있지만 입은 웃고 있는 연기”라는 디렉팅을 완벽하게 해낸 여배우의 트로피와 수상 소감이 나라니. 내가 어찌 살아가야 그대들의 고통을 형용할 수 있을까요.
양면성으로 칠갑된 세상에서
나는 소복하게 쌓인 눈,
그대들은 아스팔트에 먹혀 녹아버린 눈.
나는 생기 넘치는 꽃잎,
그대들은 생을 다하고 떨어지는 낙엽.
나는 생명력 충만한 숲의 나무,
그대들은 타들어 갈 장작.
덕분에 나는 그렇게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어느 책에서 읽는다면 소복하게 쌓인 눈의 세상을, 생기 넘치는 꽃잎을, 생명력 충만한 나무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두고 온 세상을 다시 훔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잠시 잊어 주세요. 잠시 적었던 나를 금방 지워 주세요. 천구백구십사년 팔월 이십사일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어느 청춘의 남녀는 그저 사랑하고 그저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름입니다.
아직은 무덥습니다.
아직은 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