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보겠다고 책상에 앉았다. 연필 한 자루를 들고 나의 시선이 가는 곳에 하얀 종이를 두었다. 첫 문장, 첫 단어에 대한 공포감은 여전히 등줄기의 흐르는 식은땀처럼 간질간질 나를 애태웠다. 일기를 써보기에 앞서 일단 나를 정의해 보기로 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자리 잡은 30대 남자”
큰 나무에서 부러져 나온 작은 나뭇가지는 큰 나무가 되기 위해 자신이 뿌리내릴 터를 찾아다녔고 비로소 제주도라는 섬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다 보니 나의 나이테라는 동심원 속 조재(춘재)에 기록을 넣고 싶었다.
그 이유만으로도 일기를 써야 할 목적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