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일주일정도 고민한 결과였다. 모든 건 우연의 연속처럼 첫날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를 팔로워들을 지워나갔고 또 우연처럼 아이폰 설정에 들어가 스크린타임을 보았고 또 우연처럼 아무 생각 없이 릴스를 내리다 결정하게 됐다. 남들처럼 그렇다 할 이유도 없었고 큰 마음을 먹지도 않았다. 도파인에 절여진 뇌를 해독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뭐, 어찌 되었든 의미는 비슷한 거니까.
일을 하다가도 자기 전에도 침대에 누우면 핸드폰을 집어 들어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볼 생각도 없던 연예인의 루머와 쓸데없는 기사들을 접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너무나 짧은 시간에 들어와 뇌 속을 헤집는 기분이 갑자기 더럽도록 싫어졌다. 저 기사가 과연 맞을지, 저 사실이 정말 사실일지 진실을 말해도 정말 진실일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쉽게 얻고자 하니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러하듯 분명 잘못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도 쉬운 방법은 없었다. 쉽게 가고 싶다고 했던 방법들은 전부 짧은 시간에 포기했고 실패했다. 결국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속 세상은 현실이 무너져버린 가상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것도 쉽게 얻을 수 없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쉬운 과정을 얻을 수 있다는 허구를 심어주듯이,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3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다시 한번 스크린타임을 들어가 봤다. 현저히 적어진 숫자에 놀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일상이 궁금해지는 순간에 또 놀랐다. 매일 같이 보는 스토리에선 누가 어디서 몇 시에 무엇을 했는지 전부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저기서 무엇을 했구나.”
“저 친구는 그 시간에 저렇게 살았구나.”
그러다 보니 막상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도 그 친구의 일상이 딱히 궁금하지가 않았다. 어차피 대략적인 그 친구의 삶 속 큰 틀은 다 봐왔으니까. 이 순간을 깨닫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인스타그램을 지웠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