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을 살아가는 일은 내게 늘 숙제와도 같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었던 옷을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꺼내는 일. 꼭 세상을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땀이나 체취가 묻은 옷을 박스에 그대로 담았다간 큰일이었다. 곰팡이로부터 옷을 지켜내기 위해선 새 옷처럼 옷을 깨끗하게 빨아야 했고, 햇빛에 바싹 말려야 했고, 구김이 가지 않게 예쁘게 접어서 보관해야 했다.
나는 이게 죽음을 앞두고 새 단장을 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이런 기분을 일 년에 네 번이나 느껴야 한다니,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벚꽃이 만개할 쯤이면, 창고에 있는 리빙 박스를 꺼내와 겨울 니트들을 차곡차곡 담아야 했다. 집 근처 세탁소에 맡겨둔 겨울 코트들을 양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미션 완료.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단 뜻이다.
어떤 해에는 벚꽃이 떨어진 지 한 달이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초여름의 신록이 피어오를 때에도 겨울옷을 정리하지 못했다. 창밖으로는 초록색 잎사귀가 가득했으나, 방 안에는 케케묵은 겨울옷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봄의 날씨와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아 꺼내 입지 못하는 옷들. 부피는 부피대로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내리쬐는 햇볕으로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 어느 날, 겨울 니트를 입은 나는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급하게 꺼내 입은 봄 셔츠를 다리지 못한 나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옷을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해야 했다.
반듯한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이 된 기분을 몇 번 느끼고 나면, 마침내 나는 겨울을 정리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정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여름이 찾아왔다. 나는 다시 가볍고 나풀거리는 천 조각들을 찾아 헤매야 했다.
사계절을 살아가기 위해선 부지런해야만 했다. 지구 온난화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찾아왔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야만 하는 퍼즐 같았다.
퍼즐 조각을 찾아 헤매는 건 언제나 나였다. 꽃샘추위와 같은 날씨의 장난에 장단을 맞추는 일. 모든 게 귀찮았다. 일 년에 네 번이나 계절이 바뀌다니.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가변적인 세상에서 보통 사람만큼 살아가는 일, 내게는 늘 숙제처럼 느껴졌다.
다음 주에는 겨울옷을 꼭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