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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소이 Apr 09. 2023

지구 최강 포식자

소라게 멸종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고함


 소라게가 멸종하고 있다. 소라게는 연약한 복부를 포식자에게 보호하기 위해 빈 고둥류의 껍데기를 집으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소라게의 수와 빈 껍데기 수가 비례했지만, 지금은 빈 껍데기 수가 더 많다. 소라게가 쓰레기를 자신의 집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리병, 타이어, 병뚜껑 기타 등등.


 타이어를 집으로 사용하던 소라게는 고무가 녹아 장애를 갖게 되고, 유리병에 몸을 품고 살던 소라게는 날카로운 유리병에 연약한 복부를 찔려 죽기도 한다. 쓰레기는 소라게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소라게를 위험에 몰고 가는 포식자가 된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라게의 멸종에 관심이 없다. 소라게의 걸음마가 유리병에서 시작되든 말든, 단단한 집게발에 장애가 생겨 물컹거리든 말든.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에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없다. 내가 사용한 제품이 실제 재활용되는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친환경 제품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꺼린다. 당장 눈앞에 있는 편리함을 따를 뿐이다.


 왜 환경에 대해 조심하지 않는 걸까.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환경을 소유하고 있다는 오만을 부리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통해 인간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 인간 중심주의, 인본주의, 인간성 회복에 익숙해진 채로 살아왔다. 인간의 삶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 순환 시스템의 경각심을 잊고 살아간다.


 자연 순환, 지구가 일 년 동안 받아들이는 태양 에너지는 전 세계의 바다를 흐르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에너지부터 유형의 쓰레기들까지 모든 것이 이동한다. 남극에서 적도로, 또 적도에서 북극으로. 그 말은 즉, 오늘 내가 무심코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가 일 년 뒤에 알래스카 연어 뱃속에서 발견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51조 개의 쓰레기가 하늘과 바다를 떠돌고 있다. 그물과 노끈 따위에 당장 몸이 걸려 죽는 생물들, 또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생물들 조차 위장 속에는 미세플라스틱이 꽉 차 있다. 약육강식에 따라 이 생물들을 섭취하는 우리의 위장과 온몸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쌓여간다. 플라스틱은 사람들의 몸속에서 염증 질환을 일으키고, 세포를 변이 시켜 암세포를 만들며 우리를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어쩌면 지구 최강의 포식자는 플라스틱일지도.


  작은 확률 속에서 우리는 지구에 태어나 함께 탄생하여 살아가고 있다. 우리 주변의 고양이와 강아지도, 바닷속 물살이도, 저 멀리 북극곰도. 태양으로부터 특정한 거리의 완벽한 위치에 지구가 있고, 또 지구로부터 특정한 거리의 완벽한 위치에 달이 있기 때문에 지구에 물이 흐르고, 산소가 생성됐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이 지구에서 우리는 아주 우연히 생명체들과 동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게 얽혀 있는 문제다. 잠깐의 편안함이 가져오는 거대한 위험성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지구의 포식자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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