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데이즈>, <환승연애>, <돌싱글즈>를 보고 계시다면.
코로나19의 여파로 탄생한 변이는 델타 변이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2021년의 대한민국 방송가에서는 전에 없던 소재의 프로그램이 무려 3편이나 연달아 방영을 시작했다. 주제는 어찌 됐듯 ‘사랑’인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간략하게 프로그램 설명 먼저.
가장 먼저 방영을 시작한 것은 카카오 TV의 <체인지 데이즈>다. ‘각자의 이유로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을 되찾기 위해 함께 제주도로 떠’나며 생기는 일들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태로 보여준다. 혹자는 “바람 권장 프로그램 아니냐"며 도덕적 해이를 우려했지만, 특수한 상황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미덕이 있을 거라고, 일단은 믿어본다.
두 번째는 티빙의 <환승연애>다. 나는 이 글에서 언급할 세 프로그램 중 <환승연애>에 가장 빠른 속도로 빠져들었는데 그 이유는 조금 뒤 밝히기로 하자. <환승연애>에서 ‘환승'은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연애에 있어서 일컫는 ‘환승’은 아니다. 같은 숙소에 살게 된 여덟 남녀는 각자의 X와 헤어진 지 최소 수개월 지난 후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환승은 출구 밖을 나서지 않은 채 다른 호선으로, 혹은 다른 이동수단으로 옮겨 타야 성립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체인지 데이즈> 보다 <환승연애> 참가자들은 죄책감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세 번째 MBN의 <돌싱글즈>는 이별 후의 남녀들이 한 집에 모여 산다는 점에서 <환승연애>와 같다. 다른 점은 두 가지. 전부가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는 것. 그리고 결혼 이력이 있는 이혼 남녀라는 점이다. 여기서 ‘이혼’이라는 설정 때문에 <환승연애>에서는 참작되지 않는 잣대가 두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유무다. 한 참가자는 자녀 유무 공개 이전, 한 여성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냈는데 추후 해당 여성이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곧장 다른 여성에게로 관심을 옮겼다. 여러분이 방금 속으로 되뇌었듯 필자 역시 ‘저 새끼 저거 시X롬이네’ 했지만 우리가 정말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남자, 누구보다 프로그램에 진심이잖아?
이쯤에서 <환승연애>가 가장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환승연애>는 세 프로그램 중 가장 환상에 가까운 관계를 다루고 있다. 헤어진 연인은 상상 속의 존재다. 다들 한 번쯤 헤어진 연인에게 ‘잘.. 잘 지냈지..?” 카톡 보내는 상상해보신 적 없으신지…. 우리들의 X는 생판 모르는 남보다 애틋하다. 심지어 동일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제 우리가 만나던 당시의 연인보다 종종 더 나은 인간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재미있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5회분 내용으로 봤을 때 <환승연애> 출연자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옛 연인은 뒤로하고 새로운 인연을 여기서 만나고자 하는 자. 그리고 옛 연인과의 못다 한 인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자. 두 부류의 인간은 한 지붕 아래서 교차하며 충돌한다. 여러분이 응원하고 싶은 쪽은 어떤 쪽이신지? 참고로 <환승연애>에는 정말 멋진 남자가 하나 등장한다. 과연 21세기에 보기 드문 기백이랄까. 이 사람의 연애 만큼은 끝까지 응원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