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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현우의 인생기록 Sep 23. 2015

03화. 대학교 신입생은 노는 거지!!

1학년 1학기 - 놀고 또 놀고




 번외로 수시 면접 합격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잠깐 하자면

 기계공학과 수시를 보러 갔을 때 면접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이 어이없어서 웃기고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교수님 : "현우 군은 기계를 좋아하나? 기계를 만진 적이 있다거나 학교 동아리 활동을  했다거나..."

 나 : "아직 기계를 만져보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과자를 먹으면 안에 들어있는 박스 조립품은 조립하기 좋아했습니다. 이제 막 기계과에 꿈이 생기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대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실컷 만져보려고 합니다!"

 ( 웃기게도 이런 질문조차 준비를 못했고 한 번도 기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이상한 대답을 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목청껏 크게 대답했다.)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아서 떨어질 줄 알았던 수시 지원에서 웃기게도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 후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리 친구를 만들기 위해 당시 즐겨하던 싸이00 대학교 수시 합격자 카페를 가입했다.  기계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 친구들과도 얼굴도 안 본 사이였지만 매일 밤 채팅을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채팅이 그렇게 재밌는 거였는지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다. 

 채팅을 매일 해서 어느 정도 친해지자 기계과 동기들과 설레게도 오프라인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얼굴도 못 본 친구들과 놀기 위해 약속 장소인 서울 신촌을 가게 되었다. 얼굴은 처음 본 사이였지만 이미 우리들은 키보드를 신나게 두드리며 서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수시 합격으로 미리 알게 된 친구들과 입학하고 OT와 수업 등 학기 초에 어울려 다녔고 그 시간들이 너무 재밌었다. 동아리 활동은 특이하게 '응원단'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학교는 특이하게 응원단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학과마다 응원단 동아리가 있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과마다 응원단 행사를 개최해서 다른 과를 초대하며 놀았고 학교 자체에 응원단을 위한 대규모 축제도 열린다.) 

 OT에서 당시 응원단 회장이었던 선배가 했던 말을 듣고 고2 때 강연을 들었을  때처럼 크게 동감이 되었다. 술을 먹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선배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고 인맥 쌓기는 내 1학년 생활 목표로 정하게 되었다. 선배의 말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회장선배 : "얘들아 반갑다. 응원단 동아리 들어본 사람 있지? 우리 학교는 응원단 동아리가 학과마다 있는데 정기적으로 그 친구들과 술도 마시면서 마음만 먹으면 모든 과에 친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1학년 때는 공부보다 다른 걸 해보려고 생각해봐. 학점도 중요하지만 내 대학생활 목표는 인맥 쌓기다. 지금 핸드폰에  800명가량 저장되어 있고 무늬만 인맥이 안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교에는 전 지역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많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니까 잘 이용해봐. 그러니까 응원단 들어와~"

(이 선배는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으로 인간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은 높지 않았지만 그 당시 입사 조건이 스펙 위주인 시절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엄청난 친밀함을 강점으로 대기업 주류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선배의 말을 듣고 내 1학년 목표는 '전화번호 400명 이상 저장하기'와 '모든 과에 친구 만들기'로 정했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모든과 랑 친해질 수 있다는 선배들의 유혹에 넘어가 친구들과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 선택은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 돈 주고도 못해 볼 응원단 무대 경험, 교내 모든 과에 친구 만들기 등 1학년 때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 매일 야자를 하며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해서인지 신입생 때 정말 신났던 것 같다. '신입생 때는 노는 거다', '1학년 아니면 놀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는 선배들과 친구들로 인해 '내가 왜 기계공학과에 왔는지' 생각할 시간 조차 없이 매일 놀기 바빴다. 

 기숙사에 살았는데 시스템적으로 11시 넘으면 기숙사 문이 안 열리도록 되어있었다. 따라서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술을 마셨는데 기숙사 문이 열리는 새벽 5시까지 밤새 마셨다. 이렇게 놀다 보니 잘 먹지 못했던 술도 1학년 때는 혼자 소주 4병 가까이 먹을 수 있는 주당이 되어 있었다. 술 못 먹는 집안에서 주당이 나왔다고 부모님이 놀랄 정도였다.


 1학년 때부터 마인드가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이다. 따라서 마냥 놀기만 했지만 지금 후회는 없다. 그때 그렇게 안 놀았으면 오히려 지금 후회했을 것 같다.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던 사이 신입생 1학기가 끝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꿈'에 대한 생각은 집을 떠난 후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내 꿈은 그 당시 어디로 사라진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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