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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은조연]
제21편. 예상이 될 만한 사람

한번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진실을 말한 필요가 있다.

by 김현이

사람의 모든 관계를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최소한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틀어진 틈으로 깨져버리고 만다.


퇴근 후 내 발걸음을 단숨에 옮기는 그 곳 , 그 사람, 무엇때문에 부정하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운 나 자신도 모르는 진심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항상 존재했었다. 젊은 시절엔 퇴근시간이 얼른 와서 조명 알맞고 조용하고 나무냄새 나는 도서관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그렇게 책을 읽고 싶었었다. 그런 내 청춘을 조금씩 흔들어 놓았던 것은 어떤 한 남자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뒤부터였고 그런 또 다른 내 젊은 청춘은 그 남자를 기다리고 기대하고 맞이하는데 내 열정이 옮겨졌다. 하지만 책에 대한 나의 열정과는 다른 또다른 기쁨을 주기도 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의지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계속된 긴장과 신경전 속에서 점점 더 나를 힘들게 괴롭히기도 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게 유일한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내게 처음으로 사랑을 알려준 댓가로 좌절과 상처와 눈물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그래도 내 진심은 겉으로는 아니러고 부정하면서도 나도 부정하고 싶었던 내 진심은 그 남자를 계속 가다리고 있는 내 자신이었고 한편으론 내 그런 모습이 끊임없이 내 속의 나를 괴롭혔다.


지금의 나는 젊은 청춘이 아니다. 하지만 변함없이 여전히 퇴근시간울 기다리고 내 벌걸음을 단숨에 끌고가는 곳이 있다. 내 세아이들, 항상 온종일 1분, 2분, 다름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나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어디 한 곳 한눈 팔 새고 없이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은 내 아이들이 있을 그 자리로 단숨에 달려간다. 어느새 사십을 앞둔 내 나이에서 내 진심은 그렇게 되어갔다. 물론 의무감이 완전히 배제된 감정은 아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순수하다.


난 이제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마디의 달콤한 말이 다가 아님을 알것 같다. 어쩌면 내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아무것도 몰랐던 10년이 넘어버린 지난 그때 , 그때가 정말 순수한 사랑이였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는 내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려 주는게 내 사랑의 방식이었다.


단숨에 누군가에게 달려갈 수 있는 열정을 표출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나는 수동적으로라도 기다려 줄 줄 알았던 내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나를 정반대로 되돌리는 강한 완력으로 나를 붙들어 놓는다. 만일에, 만일에, 그 순간 , 그 시절 그 순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나도 모르는 진심을 표출할 줄 알았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걸 외면하며 자신 본연의 의지대로 진심을 쫓아가는 사람은 나 자신도 모르는 진심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번씩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내 진심을 표출할 줄아는 결단이 필요하다. 아무리 아니래도 나 자신에게는 그 어떤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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