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모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by 혀비

대한민국은 문맹률이 1% 정도로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한다. 이는 동아시아권 문화에 속해서 한자를 수용했으나, 독자적 문자인 한글을 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는 표의문자로 글자마다 고유한 뜻을 가지고 있어서 읽기와 쓰기가 연결되지 못한다. 이에 반해 한글은 표음문자로 반나절 동안 자음과 모음만 학습하면 의미 파악은 어렵더라도 읽기와 쓰기에 문제는 없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모국어라는 자신감으로 어느 시험에서든 ‘국어’는 포기 과목이 아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영포자’(영어 포기자)는 있어도 아직 ‘국포자’라는 단어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모국어라는 자신감으로 ‘국어’ 시험은 포기의 대상보다는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있다.

여기에 사회 풍조는 이과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수학, 과학 공부에는 열을 올린다. 물론 개정되는 교육 과정으로 치러지는 수능에서는 문·이과 구별 없이 공통 사회, 공통 과학을 응시하게 된다. 그럼에도 의대 쏠림 현상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하는 학원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다니는데 이과와 문과 비중이 7:3 정도이다. 그마저도 문과에 예체능 학생이 있어서 실제 문과 학생의 비중은 적은 편에 속한다.

신규 학생이 많이 등원하는 시기는 중3에서 고1로 넘어가는 겨울 방학 시즌이다. 이 시기가 되면 상담하면서 듣는 얘기가 “국어 공부가 처음이에요.”이다. 진짜 대략난감이다. 이 학생과 당장 3개월 후에 있을 중간고사부터 점수를 내야 하는 강사의 처지로서는 막막함이 크다.


어쩌다가 수학과 과학에 밀려버린 국어 과목을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가르치게 된 것일까?

다음 장부터 펼쳐질 글은 국어 공부하는 방법,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이자 모국인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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