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가 사랑하는 디저트
권력은 지위와 신분만으로 증명되는 게 아닌가 보다. 어디에 살고 뭘 먹는지도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음식 역사를 보면 거의 예외없이 맛있고 귀한 건 지들끼리만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그랬다.
영국의 챨스 1세 당시 아이스크림은 왕족의 전유물이었고, 미국의 초기 대통령들도 귀빈들에게만 대접했다.
조금만 지나면 녹아버리는 그 허무한 맛을 조금이라도 입안에 간직하려는 노력 -
그래서 아이스크림은 권력과 가장 흡사한 음식이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 아이스크림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Mintel에서 나온 자료를 보니 미국인들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짝 자제하는 사이 최근에는 중국이 1위에 등극했다고 한다. 영국도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세계 8위 시장이다.
비록 전체 소비량에서는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인구 1인당 소비량으로 보면 미국은 부동의 1위다.
세계 다른 모든 국가 국민들의 소비량을 합쳐도 미국의 개인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니 이 사람들의
다이어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사항이다.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에 이어 한국이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top 5에 포함된 걸 보면 우리의 아이스크림
사랑도 유별난 셈이다. 오죽하면 숙취해소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개발했을까?
로이터 통신이 세계 최초라고 보도를 하는데 이게 칭찬인지 흉인지 구분이 안된 기억이 있다.
미국에 오래 살면 살수록 2가지 증상은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없던 알러지가 생긴다는거고 두번째는 식사 후에 자꾸 단 음식이 땡긴다는거다.
그걸 Americanize가 된다고 하던데 아이스크림은 그래서 미국인들의 디저트 목록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뉴욕과 더불어 미국의 집단지성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스미튼에서 시작되는데 창업자 역시 스탠포드를 나온 재원이다.
맨 처음 사진 하단의 Brr Machine이라는 기계는 이 여자가 직접 만들어 특허까지 출원한 발명품이다.
스탠포드를 나와서 한다는 게 기껏 아이스크림을 노점에서 판다고 하면 호적에서 파버릴 일이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명문 대학을 나와 엉뚱한 일을 벌이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다. 이 여자도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아예 만들어버렸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기도 하지만 매장 안이 늘 북적거리는 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도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걸 퍼주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섞어서 제조하다 보니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보편화되다시피 한 질소 아이스크림 제조는 거의 퍼포먼스 수준이다.
모든 고객들이 이 장면을 핸드폰과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할 만큼 보는 재미가 솔솔하긴 하지만
직원들의 노동량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자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직원은 팔이 빠진다.
수제로 만들어 내는 제품이다 보니 가격이 사악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는 한다. 일단 입자가 고르고 부드럽고 잘 녹는다.
작년에 나온 자료를 보면 아이스크림 시장이 유럽에서는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신흥국가에서 각광받을 거라고
전망하던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분석하는 사람들은 더러 장사하는 사람들을 과소평가하는데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만큼 게으르지 않다.
건강문제가 대두되고 다이어트 산업이 발전하면서 Junk Food이라고 부르는 Fast Food 시장이 저성장
하게 될 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더 잘 나가는 요즘이다.
Fast Food이 갖고 있는 신속성은 유지하면서도 내용은 건강식을 강조하는 전략이 먹힌 결과다.
입에 넣는 것에 관한 한 결벽증이 있다는 프랑스가 미국에 이어 Fast Food 시장 2위 국가다.
매장을 접고 철수했던 버거킹이 다시 프랑스로 진출할 만큼 지난 14년 동안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해 왔다.
스미튼 아이스크림을 창업한 Robyn Sue Fiher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철저히 천연제품만을 엄선해 기존의 아이스크림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은 다 제거해버린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는 한, 입안에 천국을 선사한다는 아이스크림 시장은 어디에서건 계속 성장할 것이고
챨스 1세가 지들만 먹겠다던 욕심처럼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만 호강하는
스미튼의 맛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될 것이다.
잘 만든 아이스크림은 잘 녹는다.
녹아야 하는 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뼛속까지 새겨진 이 뒷끝도,
분노도, 미움도, 권력도
그렇게 녹아야 잘 만든 인생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