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맛집-Zazie
프랑스 문학의 거장인 레몽 크노의 베스트 셀러 <Zazie dans le metro>에 나오는 Zazie는 지하철을
타보는 게 소원이었다. 누군가는 그 Zazie에서 아침을 먹어보는 게 소원일 수 있다.
세라베스(Sarabeth's)가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브런치의 hot spot이라면 샌프란시스코에는 발음이
다소 수상한 Zazie가 있다.
낯선 곳에서의 설레임은 여지없이 아침잠을 설치게 하는데 그 나른함에 즐거움을 주는 건 단연 브런치다.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뉴욕보다 더 번잡한 세라베스에서의 브런치를 고집하는 것도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욕심일 것이다. 바깥까지 늘어선 줄,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적어도 1시간은 각오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그 풍경을 채우는 소품 같아서 기꺼이 기다림을 감수한다.
샌프란시스코의 Zazie도 마찬가지다. 25년 동안 사랑받아온 맛이 궁금했다.
각오한 시간보다 일찍 자리가 났고 흩어내려간 메뉴판에서 에그 베네딕트를 찾았다.
소위 해장용 아침식사로 알려져 있지만 만들기가 제법 까탈스러운 음식 중의 하나다.
뉴욕 월도프 호텔의 주방장이 개발한 이후, 뉴요커의 브런치로 사랑받으면서 지금은 브런치의 국대급 메뉴다.
반숙된 소위 수란이 얹혀진 맛은 언제 먹어도 풍요롭다. 특히나 연어와 함께 하는 식감은 각별하다.
깔끔한 샐러드를 사이드로 준비하는 센스가 고맙다. 대개는 매상 올린다고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
함께 주문한 다른 음식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 -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일거다.
그게 음식이 되든, 사람이 되든.
계란말이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 별로 호감을 느끼지 못하던 오믈렛도 여기서는 계속 훔쳐먹게 만든다.
맛도 맛이지만
커피샵만큼이나 작은 주방 공간에서 이런 다양한 메뉴들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주방 사이즈가 받쳐주지 못하면 만들어진 음식들을 재조립하는 수준이 대부분인데 방금 오븐에서 꺼내온 듯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Zazie가 위치한 곳은 여행객들이 찾을 만한 장소는 아닌데도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용케도 찾아내 몰려온다. 아침을 인스턴트 햄버거로 때워도 배는 채울 수 있지만 추억을 채울 수는 없다.
집 앞에서 먹던걸 굳이 샌프란시스코에서까지 먹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우아하고 고상한 이름이 허다한데 왜 굳이 한국사람한테 이토록 부담스런 이름이어야 했을까?
25년 전, 이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한 주인은 프랑스 사람이었단다.
1987년에 루이 말 감독이 소설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Zazie dans le metro>를 보고 감명을 받고는
그 영화의 주인공 소녀 Zazie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지었단다.
(알고 보니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10년 전에 미국인 주인이 인수해 운영하면서도 이름은 그대로다.
계산서를 부탁했더니 냉장고 등에 쓸 수 있도록 병뚜껑에 자석을 붙인 소품을 기념품처럼 준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픈한다.
오픈 시간조차 참 브런치스런 가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