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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Jun 11. 2016

미국에서 반려견 키우기

개가 말을 한다면 사람하고 말 안할텐데---

미국에서는 건드리면 사단나는게 세가지가 있다.

먼저 성희롱이다. 손길 한 번에 신세 망치는 건 한순간이다.

쳐다보는 게 기분 나쁘다고 70대 노인을 구타한 여성이 연행됐다고 하는데

미국 같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수도 있을 일이다.

두번째는 아동학대다. 한국인 부모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식을 때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미국에서는 지 자식이라고 막 대했다가는 언어폭력만으로도 체포되고 애들 얼굴 못 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이 동물학대다. 자동차에 강아지 혼자 놔뒀다는 이유만으로도 체포될 수 있다.

개의 권리보다 못한게 인권이라는 말이 농담 삼아 나올 정도로 동물보호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지극하다.


베버리 힐스의 저택에 반려견 전용 집을 짓고 전용기에 강아지 좌석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요란을 떨던

패리스 힐튼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부동산으로 거부가 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키우던 멀티즈에게

1200만 달러를 상속한다. 자신의 혈육에게 상속한 금액보다 많아 피붙이도 아닌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탈세까지 해가면서 주변에 악명이 높던 할머니지만 그녀에게 끝까지 한결같았던 건 작은 강아지였다.

오프라 윈프리도 자신이 죽으면 키우는 반려견들에게 3,000만 달러를 상속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강아지가 아직 건강한 그녀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반려견 사랑은 유난스럽고 각별하다.

강아지가 없어지면 온 동네 전봇대마다 전단지가 붙는데 찾아주는 사례금으로 1,000달러는 기본이다.

키우던 반려견이 죽으면 초상집이다. 올해 CBS와 fortune지 그리고 Huffington Post는

반려견이 사망하면 (Animal Loss)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회사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Animals deserve a day of respect, too

<Pet Bereavement Days> 굳이 번역하자면 반려견 상 당한 날이라고 해야 하나?

사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떠나보낸 반려견의 명복을 빌어주는 시간을 유급휴가를 통해 허용하고 있다.

상실의 아픔과 치유를 함께 공유하는 <Association for Pet Loss and Bereavement>라는 협회도 있다.


당연히 반려동물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굳이 수치나 그래프를 인용할 것도 없이 한인타운만 하더라도 길 하나 건너 반려견 미용실이 즐비하다.

급기야 미국 최초로 개를 데리고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Dog Cafe까지 등장한다.

출처 : Google Imange
출처 : Google Image

미국 최초의 반려견 카페라는 이슈로 오픈전부터 이 가게는 반려견보다 취재진으로 더 북적일 정도였다.

하긴 주변에 Pet Park이라고 해서 반려견과 놀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한 미국에서 이런 가게가 이제 오픈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니까. (그만큼 미국의 요식업과 관련된 법적 조항이 까다로운 점도 있다.)


미국에서 반려견을 입양하는 건 공인된 Breeder (반려견 사육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강아지를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돈만 주면 되는게 아니라 그럴만한 여건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확인한다.

중성 수술과 각종 예방접종은 기본이다.

펫샵이라고 하는 반려견 용품 파는데서 강아지를 분양하거나 팔다간 큰일난다.

한 가정당 세 마리 이상 키우는 건 금지되어 있고 등록된 반려견인지를 시 차원에서 단속한다.

적발되면 한 마리당 벌금이 수백 달러 나온다.

이 모든 조치는 반려견이 장난감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끔 배려하고 신경쓴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Grooming Shop (반려견 미용실)은 미국 사람들이 알면 당혹스러워할 주문이 빈번하다.

예쁘게 깎아달라는 주인들의 요구다.

미국 샵에서는 이런 요구가 가당찮은 일이다. 예쁘게 깎는게 이슈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깎는 일이 먼저다.

원래 생긴 그대로를 유지하며 무엇보다 반려견이 미용 작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게 우선이다.

그래서 미국 반려견 협회에서 주최하는 미용대회 우승작을 우리 관점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반려견 얼굴을 성형하듯 다듬고 멋을 부려야 예쁘다고 좋아하는 우리 시각으로는 참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내기 위해 몇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용실을 다녀오면 침울해하거나, 끼니를 거르거나, 구석자리를 찾아 들어가 나오지 않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미용실 주인이라고 그렇게 하고 싶을까? 주인의 요구가 그러니 할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도시는 모르겠는데 LA는 아직 반려견 미용을 위한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없다.

몇 번인가 자격증 취득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부결되어 요구사항은 아니다.

덕분에 나 역시 강아지 털 깎는 일을 취미삼아 한다.

미용을 가르쳐준 선생님은 절대로 2시간을 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다.

그 시간을 넘으면 강아지의 인내력에 한계가 오고 결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잘 깎으려는 내 욕심이 오히려 강아지에게 해가 된다고 강조하신다.


인간 세상에서도 수시로 반복하던 잘못.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내 입장에서의 배려와 호의가 오히려 해가 되던,

그리곤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하던 ---


선생님은 노숙자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강아지는 그냥 깎아주시곤 한다.

강아지까지 주인처럼 빈곤할 필요는 없다시면서.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하지만

강아지는 죽을 것 같이 아파도 주인이 손을 내밀면 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게 운명이라고.

그 모습을 오래 보고 싶으면 털이라도 잘 깎아 청결하게 해야 한다면서---


넉달만에 선생님께 찾아와 미용을 부탁하는 저 분은 오늘도 돈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개가 말을 한다면 다시는 인간하고 말 섞지 않을검다.

세상사 무엇이 그토록 그에게 잔인했을까?

이 녀석은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준다고

내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를 안다며

치열한 가난에도 8살 포메라니언을 품에서 놓지 않던 아저씨.


들어주는 것.

그리고 반응하는 것.

인간이 가장 게으를 수 있는 것을

개는 한순간도 걸러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가난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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