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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Jun 25. 2016

해녀-샌프란시스코 전시

예바 부에나 센터 전시회 방문기 그리고 인터뷰

예바 부에나 센터 (Yerba Buena Center) - 현대미술관인 SF MOMA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샌프란시스코의

예술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유서 깊은 미술관이다. 주로 현대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을 전시하여 매 전시회마다

언론과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미술관을 비롯해 각종 문화시설 및 공원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발표할 때마다 이곳을 이용한다. 아이폰도 여기서 세상에 공개됐다.

그 예바 부에나 센터에 <해녀>가 걸린다.

뉴욕에 소재한 독립 큐레이터 협회인 ICI (Independent Curators International)는

<The Ocean After Nature>라는 주제로 전 세계 현대 Artist 20인의 작품을 선정해

6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두 달 동안 전시를 마련하는데 이 전시회 홍보를 <해녀>가 맡았다.

모스콘 센터를 중심으로 예바 부에나 센터 주변에 마련된 대형 홍보 설치물에는 이렇듯 해녀가

오렌지색 잠수복을 입은 채 강렬한 눈빛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Alaina Claire Feldman은 ICI의 전시회 Director로 May Revue의 편집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해녀를 전시회 홍보 포스터로 결정할 정도로 해녀와 작가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각별했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소책자에서도 Hyung S. Kim's monumental photographic portraits of Haenyeo

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전시회 구성 동선도 해녀로 시작하도록 배려한다.

전시회 오픈전에 작가와 언론을 초청해 마련한 VIP Tour에서도 직접 작품 설명을 자청하며 작가를 소개했다.

우리가 제주도에 가면 흔히 봐왔던 해녀가 이렇듯 현대 예술 작품으로 부각되며 관심을 끄는 이유가 뭘까?

전시회 소책자에 소개된 김형선 작가의 영문 번역 소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Though he'd seen documentary-style photos of Haeneyo before, he felt there was room
to show them in a new way that provided more insight into their personalities.
"I was interested in capturing the Haenyeo as women, not simply viewing as a part of
the natural environment or their occupation."

숨을 참고 더 깊은 잠수를 감행하는 해녀처럼

길어야 몇 달이면 찍어올 수 있는 사진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더 깊이 담기 위해

김형선 작가는 4년이란 호흡을 제주도에서 참아야 했다.

물질을 마치고 탈진한 채 땅으로 올라온 해녀분들을 준비된 촬영공간으로 모시기까지의

그 짧은 거리가 그에게는 길고도 지루한 항해 같았을지 모른다.

피곤에 지치고 추위에 떠는 해녀들의 경련 하나까지 앵글에 담기 위해

그가 감당했던 건 해녀 할머니들의 불평만은 아니었을거다.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

그저 모아놓고 찍으면 간단한 작업을 굳이 같이 지쳐감을 감수하며 촬영을 강행하던 고집.

그렇게 건져 올린 사진들을 예바 부에나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공동전시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세계 다섯 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그 나라와 도시에서 해녀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관람객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VIP Tour가 끝나고 리셉션으로 전시관 로비가 수많은 인사들로 북적거리는 와중에도

큐레이터인 Alaina는 관계자들에게 김형선 작가를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자랑(?)을 한다.


신기하게도 해녀에 대한 이런 반응은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뉴욕에서의 개인 전시를 마감하기 직전 찾아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원로 기자 2명은 수십년 사진을 봐왔지만 이런 사진은 처음이라는 극찬으로

김형선 작가를 부끄럽게 했고 곁에 서 있던 난 손발이 오그라드는줄 알았다.


프랑스의 반느와 툴루즈에서 있었던 초대 전시회에서는

큐레이터만이 아니라 시장까지 나서서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불어를 못하는 김형선 작가를 위해 그들은 몸과 눈빛, 표정으로 그 감정을 전하고 싶어했다.

(김형선 작가의 브런치에서 전시 사진을 훔쳐왔다.)

https://brunch.co.kr/@hyungskim/10

https://brunch.co.kr/@hyungskim/11


이제는 그런 칭찬을 듣고 있자면 괜히 착잡해진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릿 등에 실린 <해녀> 보도는 단순한 소개 기사가 아닌 평론이었다.

한 신문이 특정 작품에 대해 평론을 올리면 다른 매체는 중복을 피하는 게 관례임에도

주류 언론과 평론가들은 부담스러울 만큼 <해녀>를 아꼈다.


한국의 사진작가가 이렇듯 전 세계 수백개 주류 언론에 동시다발적으로 소개된 적은 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해녀>가 있다.

해녀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정부차원에서 많은 애를 쓰겠지만

동생의 작업은 그런 후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혼자만의 부담이었다.

사진만 찍을 줄 알지, 관계를 찍을 줄 모르는 동생에게

이런 형의 답답함은 사진으로 장사를 할려는 속물처럼 보일런지도 모른다.


동생은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을 낯설어 한다. 이건 수줍음과는 다른 차원이다.

작품에 대한 의도조차 꾸밀려고 하지 않는다.

작품에 현란한 수사를 갖다붙이는걸 <정치>라고 생각하는,

인생 자체가 참 막다른 골목이다.


뉴욕에서의 평가, 프랑스에서의 호응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대접.

그걸로 동생은 자신의 수고가 헛고생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고생으로 얻어진게 뭐냐며 타박한다.

리셉션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렇게 다툰 형제는

아무 말도 안하고 걷기만 했---다.


배는 강을 건너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형과

떠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믿는 동생은

다음 날 아침에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아직도 난 강을 건너는 것이 배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동생은 그걸 장사라고 생각한다.


네 사진을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며

열번도 넘게 졸라

어눌한 동생을 겨우 마이크에 담았다.

혹시나 듣게 되신다면 지치지 말라고 한마디만 남겨주시길.

그 응원으로 동생이 결국 배를 저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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