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도C Bakery Cafe - Iced Sea Salt Coffee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팀 호튼이 있고 대만에는 85도C가 있다고 하던가? 그동안 LA에
사는 사람들은 패사디나까지 차를 모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는데 2주 전 드디어 다운타운에 문을 열었다.
섭씨 85도는 커피를 가장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라고 하는데 빵집 주제에 커피 온도를 브랜드로
내걸은 무모함이 경이롭다. 실제로 이 집의 매출은 커피보다는 80여 가지 종류의 빵과 케익이 주도한다.
Wu Cheng Hsueh에 의해 2004년에 대만에서 창업한 이래 불과 12년 만에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하면서
미국에만 17개의 매장이 있다.
2004년에 문을 열자마자 매일 2,000여 명의 손님이 방문하는 대박을 치자 같은 해 2호점을 오픈하면서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만큼 빛의 속도로 커온 기업이다.
해외 진출도 성질 급한 티가 난다. 2006년에 호주 시드니에 진출하더니 이듬해 중국 상하이 그리고 2009년에
미국을 찍고 2012년에는 홍콩까지 접수한다. 창업 6년 만에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만큼 급성장했다.
대만에만 478개의 매장이 있는데 그중 179개가 24시간 운영된다.
여기까지 달려온 위세답게 Low Price Luxury - <저가의 사치>라는 슬로건까지 도발적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과 식감은 단맛을 선호하는 서구인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인테리어는 매장 밖에까지 줄지어 늘어선 고객들이다.
그 풍경 이상으로 가게의 품격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국 내 첫 진출지인 Irvine 매장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룬다는데 그래서 전 세계 800개 지점 중에
가장 매출이 높다. 여기까지는 손님 좀 오는 흔하디 흔한 빵집인데 커피가 반전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전부는 사랑과 커피뿐이라는, 빵집에 걸려 있기에는 너무 호사스러운 문구.
도대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Iced Sea Salt Coffee다. 말 그대로 냉커피(Iced Americano)에 거품형태의 소금을 얹은거다.
대만 사람들이 과일을 먹으면서 당도를 높이기 위해 소금을 뿌려먹는 습관에 모티브를 얻어 급기야
거룩한 커피에 소금 거품을 얹어버린 횡포. 정말 나쁜 커피다.
그런데 나쁜 남자에게 끌리듯 이 횡포가 중독성이 있다는 게 자존심 상한다. (삼일을 이것만 마셨다.)
가장 지적인 맛을 찾기 위해 오지를 헤매는 바리스타들의 땀과 수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놈의 소금이 커피를 지배하는 맛에 내 미각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자괴감까지 동반한다.
소량의 소금은 신맛을 감소시켜 단맛을 강화한다고,
설탕보다 영양손실이 적어 과일에 소금을 뿌려 먹는 게 좋다는 과학적인 입증을 들먹이며
갑자기 간사해진 내 혀를 합리화한다.
세상이 반대하는 남자에게 목을 맨 여자가 뭔가라도 핑계를 찾아내려는 것처럼.
가급적 이 커피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이 맛을 알게 되는 순간, 좋은 남자는 갑자기 심심해진다.
바다가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 때문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썩을 건 썩어야 한다.
더러 그 3%가 세상을 썩지 않게 한다고 추앙받지만
그래서 언제나 3%만 고귀할 뿐이다.
그 악취를 감수하지 않는 한, 97%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 커피는 그 믿음을 헷갈리게 한다.
커피를 살리는 것이 소금인지,
소금이 커피를 만나 비로소 역할을 하는 건지
뭐가 위대하고 천박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