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디투스 Jul 07. 2016

오바마가 영국 대통령이었다면.

미국은 분열되고 있는가? 

힐러리 지원 유세를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까지 동원하는 오바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던 본인 자유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까지 동원해가며 유세를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번 뜨는데 220,000불이상이 드는 비용을 Time지까지 5일자

기사에서 "Who pays for the trip?" 이라고 묻는다.

http://time.com/4393917/hillary-clinton-air-force-one-cost/

퇴임을 눈앞에 두고도 지지율 50%를 상회하는 인기다 보니 이런 행보조차 크게 시비거리가 안되는 모양이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몰아주는 건 미국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언론에서조차 지난 100년 동안에 이런 적은 없다고 하니까.

출처 : Google Image

미국은 살아볼수록 참 감성적인 나라다. 

이라크전 참전 경위 보고서인 <칠콧 보고서>가 발표되자 영국 국민들은 전사자 유가족들과 시위를

벌이며 블레어 전 총리를 전범 혐의로 재판받게 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은 무슨 시위가 있었다는 뉴스가 없다.

일국의 총리를 졸지에 애완견으로 만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칠순을 맞아 자전거를 타는 한가로움까지

만끽한다. 미국인들이 그만큼 애국적인건지, 감성적인건지, 순해 터진건지 구분이 안간다.

출처 : Google Image


출처 : Google Image


그런 국민들이 오바마와 함께 한 지난 8년 사이 더 센치해진 느낌이다

별로 들어볼 일도 없었던 Political Correctness라는 용어가 무대 중앙에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로 번역되던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된다.

미국에서 Discrimination-차별은 심각한 범죄면서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지성과 교양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해, 인종에 대해, 소득에 대해, 그리고 종교에 대해 차별한다는 것은 이민사회로 구성된 미국의

근간을 흔드는 도발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친놈 취급받는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다 같은 종자로 매도당한다.

트럼프 열풍이 시작됐을 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서 헤매던 적이 있다.

누구는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자기가 쓴 기사를 먹겠다는 호기까지 부리다 결국 염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실체가 드러나자 애써 폄하하려는 작업이 이어진다.

농촌지역 거주자, 저학력 백인, 저소득층---  

그리고 말은 안 하지만 차별주의자, 혐오주의자, 마초주의자들의 집단이라고 규명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출처 : Google Image
출처 : Google Image

여기서 영국을 대입해본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이 51.9%다. 역대급이라는 72%의 투표율에서 나온 수치다.

웨스트 미들랜즈가 59.26%로 탈퇴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이곳에 위치한 버밍엄은 런던에 이은 영국

제2의 도시다. (비즈니스 스쿨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Aston University가 여기에 있다.)

이 버밍엄에서조차 50.4%로 탈퇴하자는 의견이 높았다.


브렉시트의 원인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여러 요소가 작동한다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이민자 때문 아닌가? 그것도 특정 집단.

명망있는 정치가들은 물론 엘튼 존, 다니엘 크레이그 같은 인기스타들까지 나서서 잔류를 호소했지만

영국인들의 박탈감과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슬림을 런던시장까지 만든 영국인들이 모두 차별주의자이고 혐오주의자들인가?

그리고 이들은 모두 못살고, 저학력에, 세상 물정에 어두운 농촌지역 거주자들이라서 그런건가?

출처 : Google Image

만약 오바마가 영국 대통령이었더라도 지금같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바마처럼 Political Correctness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 대통령이 일찍이 있었던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말만 들으면 진저리를 친다. 반대해서라기 보다 가증스러움에 가까운 감정이다.)

어떤 차별도 반대한다는 정치적 공정함.

당연히 차별은 반대한다. 그러나 그 차별을 반대하기 위해 발생하는 어떤 차별도 또 반대한다.


공부를 못했던 학창 시절, 학교가 포기(?)한 애들끼리 모여 점심시간만 기다리던 소위 돌반이었다.

아이들의 가능성까지 박탈하는 잔인한 정책이라며 차별을 없앤다고

공부 잘하는 우반의 우성인자들과 섞여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우리에게 그건 기회가 아니라 더 노골적인 차별이었다.

돌반 시절에 경험하지 못한 괴리와 격차를 매일처럼 느껴야 했고

자극이 아닌 적대감만 증폭시켰다.

진도가 안나가는건 늘 열성인자인 우리 탓이었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우반 친구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왜 니들이 이 고생이냐?

똑똑한 놈들이라서 그런지 불평도 하지 않고 지 할 일만 한다.

애네들이 차별을 반대하는 위대한 신념이 있어서였을까?


브렉시트는 그 역차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였고 저항이었다.

한 때, 주류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비주류로 밀려나고

기득권층이 고유권한을 공유해야 하는 상실감은 누려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연히 이해집단의 블럭화는 반대한다.

계급간의 이동이 단절된 자본주의 카스트 시스템은 계층간의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류로 진출한 비주류들이 그만들의 블럭을 형성하고 이해집단으로 부상하는건

무슨 명분으로 이해되어야 하는가? 

노른자위를 터트려 흰자위와의 구별을 없애자는게 아니라 그저 노른자위의 주체만 바뀐 형국.


힐러리를 목매달자는 불경한 구호까지 난무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가 겨냥하는 대상이 정작 누굴까?

오바마는 혁신적인 진보적 성과를 거둔 대통령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적도 많다.

그들은 그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고 믿는 집단일 것이다.

그들을 향해 오바마는 일체의 자비가 없었다.

정책에 반하는 국민들을 enemy - 적으로 규정할 만큼 단호하다.


오만스럽기까지 한 그의 신념은 보험개혁,이민개혁 그리고 동성애 합법화까지 현실화시킨다.

반대자들은 급기야 그가 게이이고 미쉘 오바마는 트렌이며 딸들은 입양된 거라고 말한다.

임계점을 한참 지난 수위이지만 CNN에 거론될 만큼 이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인들의 투표율이라는게 고작 50%를 오갈 뿐일 정도로 별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정부가 결정을 하면 미국민들은 합심해 따라간다고 하는 의견에는 공감이 난처하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뭘 결정을 한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힐러리냐, 트럼프냐 두 비호감 중에서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닌거다.

이번 대선 투표는 오바마 8년에 대한 심판이다.

본인도 그걸 알기에 이토록 대놓고 후계자를 밀어주는거 아니겠나?


감히 단언컨대, 오바마가 영국 대통령이었으면 이번 대선은 이미 끝났다.

미국 역사상 역차별이 이토록 난무한 적은 없다.

변화의 과정에서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면

역차별의 대상들의 반발도 당연히 예상했을텐데

그 대응 방법이 기껏 배우지 못한 자들의 싸구려 저항이라고 정의하는게 전부라면 참 실망스럽다.


진보가 그토록 혐오해하던 획일화.

그 진보가 만들어낸 Political Correctness라는 명분이 또 다른 획일화를 조장하는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소금, 커피를 지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