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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Jul 13. 2016

포켓몬 고 현상

미국의 Pokemon Go 열풍 현장

7월 11일 자 Forbes에서는 포켓몬 고의 출현을 보도하면서 It's more than just a major game release. It's a phenomenon. 단순한 게임 출시를 넘어선

하나의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주머니 속의 괴물이 세계를 집어삼킬 기세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일에 출시되자마자

전국을 강타하면서 닌텐도의 주가를 20% 이상 끌어올릴 정도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 TV 만화로 제작되자 아동들에게 집단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포켓몬 고는 미국인들을 집단 최면 상태로 몰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위치정보 시스템과 AR 기술을 결합시켜 스마트폰 안으로 현실 공간까지 끌어들인 생생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저들의 현실감을 마비시키면서 사회적 이슈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출처 : Google Image
출처 : Google Image

가능한 약속을 안 만들고 일찍 귀가한다는 월요일 저녁(11일), 산타모니카 부둣가에는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다. 오로지 포켓몬을 포획하기 위해 바닷가까지 나선 것이다.

출처 : Google Image

포켓몬이 출몰하는 곳을 따라 대리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광고까지 등장했고 급기야 드론까지 가세한다.
프리웨이 (고속도로) 선상에서 운전 중에 포켓몬을 잡겠다는 무모한 경우도 보고됐다.

405번 프리웨이에서 차선을 세 번이나 바꿔가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 이유가 피카츄 때문이었다.


포켓몬이 미국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게임영역의 확대 차원에서 사람들의 야외활동을

유도한다는 장점이 오히려 부주의를 조장하면서

각종 안전사고로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을 미리 짐작이나 했던 것처럼

포켓몬 고에서는 주변을 확인하고 매 순간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를 올렸지만

포획에 정신이 나간 유저들은 사유지는 물론 상가 건물에서 교회 심지어는 정부기관까지

무단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져 신고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자신의 집 주변에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위협감을

느낄 정도인데 40여 년 전에 교회였던 곳이라 정보 수정이 안되었던지 게임 속의 포켓몬 체육관(Gym)

으로 설정된 탓이다.


뉴욕에 사는 남성은 사귀는 여친 몰래  Ex 여친 집에 놀러가서는 포켓몬 고를 하다 들켜서 경을 쳤다.

하필 그 시간에 남성의 여친이 포켓몬 고를 실행하면서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끼리는 서로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에 딱 걸린 것이다. Ex집에서 포켓몬 고를 했다는게 최대의 실수라고 엄한 소리하는

남자인걸 보면 여친 입장에서는 포켓몬 고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 와중에 영악하게도 이런 열풍을 강도짓에 활용하는 인간들까지 출현한다.

신줄 놓은 유저들을 특정 장소로 유인해 금품을 털어온

4인조 강도단이 붙잡혔다.
피해자들은 주로 16-18살 사이의 청소년들이었다.

http://www.stltoday.com/news/local/crime-and-courts/robbers-target-players-of-popular-pokemon-go-smartphone-game-police/article_ca161f27-37b7-57bb-bfa6-a30b0563e3f0.html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내에서까지 포켓몬 사냥을 하는 인간들이 출몰해

자제를 요청하는 공식 성명이 발표됐고

경건해야 할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조차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해당 기관들은 이런 난감함을 방지하고자 개발사인 Niantic에 자신들의 장소가

Poke Stop이나 Gym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해제 요청을 전달했다.

Niantic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경찰이 아예 7개 항목의 안전수칙을 발표한다.
현실감 생생한 AR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의 현실 인지능력을 저하시키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출처 : Google Image

온갖 사건 사고에도 아랑곳없이 출시 며칠만에 일일 활동 사용자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서고,

사용자 비율이 트위터를 추월하더니

사용자당 이용시간은 페이스 북도 제껴 버렸다.
모든 이슈를 날려버릴 수 있는, 그야말로 광풍 수준이다.


정부가 대응하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껀수로 물타기를 한다는 음모론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흑백갈등으로 최악의 분열 상황이라는 이 시점에 괴물의 등장은 참 공교로울 수 있다.

출처 : Google Image

Black Lives Matter를 외치는 사람들이나
All Lives Matter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포켓몬을 잡겠다고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은 한심해 보이는 군상일 수 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그놈의 만화 캐릭터가 뭐라고 열광하는지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시국에 게임이나 하는 사람들을 삼류 취급하시는 분들을 만난다.


피격으로 사망한 댈러스 경찰관 추모 행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모처럼 멀쩡한 연설을 했다.

Too often, we judge other groups by their worst examples,
while judging ourselves by our best intentions

"너무나 자주 우리는

가장 최악의 사례로 남들을 판단하면서,

가장 좋은 의도로 스스로를 판단합니다."


플라톤이 그랬던가?

남이 내는 화는 성질이 더러운거고

내가 내는 화는 이유가 있는거라고.


그들과 나누고 싶은 이 한 장의 사진.

출처 : Google Image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포켓몬에 푸욱 빠져

계신 이분들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스쳐간다.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흥미와 즐거움.
갈등과 분쟁은 바로 그 <공유>의 결여에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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