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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Aug 08. 2016

피아노 가이즈 (The Piano Guys)

Greek Theatre 공연 후기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은 공감이 어렵습니다.

여자들이 혼절할 정도로 조각 같은 외모에, 학벌에, 재능까지 갖추고 유명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거죠 .

YouTube 채널만으로 세상을 평정한 피아노 가이즈도 어느 날부턴가 더 이상 피아노를 팔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해 지는데 이들도 뜰 만 하니까 이런 결과가 있을겁니다.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몰고 오는 것처럼

The Piano Guys라는 피아노 가게를 하던 Paul Anderson이 그저 가게 홍보를 위해 시작한 영상 작업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겁니다. (지금은 가게 닫았답니다)


그들이 Greek Theatre를 두 번째 찾은 8월 6일,

첫 번째 공연을 놓치고 땅을 치던 참에 무대 가장 앞자리를 예약하는 분에 넘치는 호기를 부려봤습니다.

South Wale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그리피스 대령이 LA에 정착하면서 구입한 로스 펠리즈 목장 부지를

1896년 LA시에 기증을 한 것이 오늘날 Griffith Park입니다.

이곳에 한인들도 자주 찾는 9홀 골프장과 천문대, 그리고 공연장인 Greek Theatre가 있죠.

지역사회 행사와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무대입니다.

보고 싶은 공연이 가득하지만 올해는 여기서 딱 두 개만 보기로 합니다.

한국 가수들도 자주 공연하는 Hollywood Bowl이 음식을 싸 갖고 들어가 피크닉 분위기로 즐기는 곳이라면

Greek Theatre는 그보다는 조금 formal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다는.)

해 떨어지기 전에 짧게 영상으로 담아본 공연장 내부 전경부터 둘러보시죠.

사람 몰리는 공연장이 항상 그렇듯 이곳에서도 검색대 거쳐야 하고 카메라와 아이패드는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대개의 공연장이 구역 전체를 금연으로 정하지만 여기서는 아직까지 담뱃불을 붙일 작은 공간은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기념품 삼아 챙겨 오는 교양을 부리는데 사악한 주차비용을 지불하느라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는.

잔디밭 아무데나 들이대며 앞뒤로 주차하는 탓에 공연이 끝나고 다들 나가기 전에는 차를 빼지도 못하는

환경 주제에 25불씩 받습니다. 하긴 다른 공연장도 그 정도 감수는 해야 하지만 늘 아깝습니다 ㅠㅠ.

아래 동네에 주차하고 걸어오기는 허벅지 터지는 거리이므로 차라리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나을 듯 합니다.

Steven Sharp Nelson은 모두 25대의 첼로를 갖고 있는데 (관객들 : "우와!!") 이번에는 3대만 갖고 왔다고 하네요. 얼마 전에는 21대라고 들었는데 그 사이 4대를 더 지르셨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고전적인 첼로는 이태리에서 , 중간의 검은 첼로는 Carbon Fiber(탄소섬유)로 만들어진 건데

프랑스에서, 그리고 왼쪽 첼로는 중국에서 구입하셨다는데 현이 다섯 줄로 구성되어 음감이 풍성하다며

가장 애용하는 첼로라고 소개합니다. (첼로마다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Bruce Lee라고 소개해서 빵 터짐.)

대개는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는 늦게 시작하는 걸 각오하는데 10분쯤 지난 거의 정시에 시작하는 배려.

곡 하나라도 레코딩을 하고 싶은 욕심에 들고 간 아이패드는 입장하면서 저지당한 탓에 아이폰으로 오프닝을

찍는데 안내요원이 다가와서는 귓속말로 비교양 취급해 주시는 바람에 바로 끄는 이 소심함 ㅠㅠ.

여담이지만 미국 동네 가서 놀면서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건 다음에 오는 동양계가 저로 인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조심스러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식당 가면 팁을 일부러 더 놓고 옵니다.

다음에 아시안 손님 오면 잘하라고.

그러나 이번에는 안내요원 눈치 봐가며, 뒤쪽 관객 눈치 봐가며 정말 비교양스럽게 짧게나마 영상을

담았습니다. (이게 다 SNS 탓이라는 ㅠㅠ)

One Rebublic과 베토벤을 조합한 <Secret> 연주 때는 공연장 인근에 위치한 John Marshall 고등학교의

Chamber와 함께 하는 무대를 선보입니다. 연주하는 내내 학생들 표정은 긴장하기보다는 너무 좋아라 하는.

공연 때마다 선보인다는 Joh Schmidt의 신공 - 피아노 거꾸로 연주하기.

말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I love to dance라고 하던데 관객들 거의 졸도 직전까지 ㅋㅋ 따라 웃느라

이 춤을 담지 못한게 아쉽네요 ㅠㅠ) 무엇보다 따뜻했습니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은 다 이럴 것 같은 착각 - 그래서 내가 잘해야 내 주변도 대접받는다는.

오늘의 그들을 가능하게 했던 세상과의 채널 - YouTube 10억 view를 기념하는 전달식이 소속사인 소니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피아노 가이즈를 물었더니 Who are they?라고

답변하는 영상을 유쾌하게 공개하던 그들 - 이제 피아노 가이즈를 모른다면 정말 Who are they? 가 되겠죠?

Intermission사이에 둘러본 객석 -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어린 꼬마들과 동양인들이 많았던 공연입니다. 피아노 가이즈가 농담을 하면 어른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렸고 적지 않은 공연을 다녀봤지만 이번만큼 아시안 특히 중국 관객이 많은 적은

처음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명소에서 연주 영상을 찍고 싶다는 욕심으로 만리장성에서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로 인한 친근감이 각별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중국팬들이 상당하다는걸 실감했습니다.

Music Producer를 맡고 있는 Al van der Beek이 등장해 Father's Eye와 OK song을 불렀는데

가수라고 해도 될 만큼 의외의 노래실력에 깜놀했습니다.

핸드폰의 불빛을 켜달라는 요청에 바로 응답하는 관객들입니다.

퇴장할 때 앞자리 관객들과 악수를 해주는 배려에 덩달아 악수를 나눴는데 깊게 손을 잡더군요 - 건성이 아닌.

공연만큼이나 인상적인 기억이었습니다.

 관객들의 특히나 아이들의 웃음이 가장 컸던 장면이 파헬벨의 <Canon> 때 였습니다.

첼로 파트가 단조롭다며 (하긴 계속 반복 ㅋㅋ)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Steven의 감성은 그가 들려주는

첼로 연주만큼이나 풍성했습니다.

그런 그가 공연 마무리에 결국 관객을 울립니다.

처음 그의 눈에 비치는 촉촉함을 느꼈을 때, 조명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암에 걸린 자신의 super hero를 언급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옆에 앉은 백인 아줌마는 소리 죽여

흐느끼느라 어깨가 젖어 있었습니다. 그가 소개한 끝 곡은 <Fight Song> 그리고 <Amazing Grace>였는데

선교사 출신인 그들에게는 어쩜 각별한 선곡이었는지 모릅니다.

다시 Greek Theatre를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인사치례로 들리지 않아 그 또한 좋더군요 ㅋㅋ.

Yanni 공연때 평화를 말하던 메시지가 가슴까지 날아와 박히는 바람에 놀자고 가서는 울어버린 이후로

다시 그렁그렁하게 박수를 보낸 공연이었습니다.


숲 속이라 여름밤인데도 쌀쌀한 날씨에

모두의 온기로 참 따뜻했던 시간.

피아노 가이즈가 전하고 싶은 것도 그런거겠죠.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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