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혜이드가 씁니다

by 혜파리

질투가 난다. 질투가 나. 목적이 있는 삶을 질투했다. 그것이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다고 믿는 자도, 다른 곳이 아니라 그저 발 밑에 있음을 깨달은 자도, 그들의 걸음걸음엔 묵직한 확신이 있다. 길이 있기 때문에, 없다면 길을 닦아 버릴 것이기 때문에, 발 밑엔 당연하게도 땅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걷기 위하여 이들은 척추를 분명히 세운다. 뼈와 근육에 결의를 새긴다. 힘주어 더 단단하고 꼿꼿하게. 자세 바른 척추동물들의 장엄한 전진. 느려도 개의치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나는 퇴화한다. 무척추동물로서 부유한다. 아무 곳에서도 목적을 발견하지 못한 이는 바닥이 꺼지지 않음을 믿지 못한다. 마음 놓고 발 디디지 못한다. 웅크려 떠다니기 위해 뼈와 근육을 버린다. 안온하게 생존하는 데 성공하지만 만족할 줄을 모른다. 많은 걸 잃어버리면서도 장엄한 그들은 잊지 않았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 했던가. 결의 없는 힘의 내용은 질투뿐이다. 숨길 데 없이 속이 텅 빈 생명체의 공허한 열등감은 잔인하게도 피부 위로 나타난다. 울긋불긋 조급하게 화려하다. 그뿐이다. 물렁하고 흐물흐물하게. 요란스럽게 생긴 무척주 동물의 무책임한 표류.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물살이 덮치는 대로 정신없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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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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