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의 보법

혜킬이 씁니다

by 혜파리

명리학을 공부하는 친구에게 상담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나 이런 걸 하려고 하는데 어때? 해도 될 것 같아? 하면 잘 될까?"


꿈을 찾고 싶었다. 미래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땐 사방팔방 좋아하는 것들에 도전했다. 꿈을 찾기 위하여, 미래를 그리기 위하여. 그러나 대부분의 시도는 포기로 끝났다. 내 길이 아니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재능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소거법으로 살았다. 시간과 마음을 함께 태웠다. 다양한 방향의 문들을 열고, 닫고, 들어가고 나오고를 반복했다. 시행착오가 잦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명확하게 목표가 있고 꿈이 있어 과감하게 발걸음을 척척 옮기며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지나온 자취를 돌아보니 열고 들어갔던 문이나 열어 보길 시도했던 문들이 모두 비슷한 뱡향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절부절 수고로운 시간을 견뎌온 과거가 현재의 나를 밀어주고 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미래로, 온 힘을 다해서. 눈을 감고 몸을 맡긴다. 모든 시간의 내가 사실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기로 했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친구는 태어난 날과 시간을 듣기도 전에 답했다.

"네 사주에 그게 없으면 너는 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하고 싶으면 그냥 해. 그게 네가 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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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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