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킬이 씁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일 아침 옷장 앞에 서서 옷을 고르는 조건은 간단하다.
1. 최근 일주일 내에 입었는가?
2. 나의 추구미와 부합하는가?
옷을 좋아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옷을 다 입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억만장자도 아니었고 내 방은 고작 사 평 남짓이었다. 오 년쯤 전까지만 해도 추구미가 다양했다. 추구미란 지향하는 미적 스타일이나 이미지를 뜻한다. 셀프 브랜딩의 일종이랄까.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했던 어린 시절에서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는 일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귀여운', '청순한', '섹시한', '키치한', '힙한' 등을 거치며 옷에 많은 소비를 했다. 그러면서도 패션에 대한 갈증이 가시질 않아 본 전공인 국문학과와 전혀 다른 패션 의류를 복수 전공하기까지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나를 좀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이다. 수도 없이 많은 옷들을 보고 사고 입고 벗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지금까지의 모든 추구미를 조금씩 합친 미묘한 교집합의 옷장을 완성했다. 패션 산업의 희생자가 되길 자처하면서 얻은 세월의 단단한 선물이다. 덕분에 몇 벌의 옷을 오래 입고 잘 입는다. 종종 잘 입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내가 나를 알아가며 스스로와 편안해지자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
3. 편안한가?
보기에 멋져 보이는 옷이라도 불편한 옷은 사지 않는다. 여전히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더 이상 세상 모든 옷을 입어보고 싶지는 않다. 어쩐지 자랑스러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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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입는 옷을 고르는 조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