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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Nov 22. 2023

봄이 왔어요

“안녕, 구름아. 잘 있었어?”

“까치야, 와 줬구나, 반가워”


올 해도 우리 집 마당에는 봄이 찾아왔어요.

나는 봄이 제일 좋아요.  

지난겨울 떠났던 친구들이 돌아왔고요. 구수한 흙냄새도 좋아요. 

흩날리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벚꽃을 받아먹는 재미도 쏠쏠해요.


“구름아, 산책 가자!”


그중에 제일은 훈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훈이는 날씨가 좋으면 언제나 자전거를 타거든요.  


'킁킁.'


다른 흙냄새가 나요. 봄에 처음 오는 비에요. 나는 지금 비를 피해 누워서 마당 구경을 하고 있어요. 

빗물이 나뭇잎 위에서 통통 튀기고 데구르르, 또다시 통통 데구르르. 쫓아가며 맛보고 싶지만, 지금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안 되겠어요. 오랜만에 비 덕분에 새들은 그동안 묵혔던 털을 정돈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내일은 아기 새싹들이 방실방실 웃으며 솟아나겠죠? 우리 집 마당에 생기가 돌아요. 재미있는 봄이 될 것 같아요. 나는 얼른 고여 있는 빗물을 마셔 봤어요.


 

‘아, 시원하다.’


어른들은 요즘 비가 옛날 비 맛이 아니래요. 


'나는 맛있는데..'

“옛날에는 정말 비에서 콜라 맛이 났었다. 비 오는 날만 기다렸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찌 된 일인지 흙 맛 만나.”

“우와 할머니, 콜라도 먹어봤어요?”

“그럼 물론이지. 우리 옛 주인엄마는 콜라를 매일 먹었어, 내가 쳐다보면 항상 조금씩 나눠줬었지”  

“그런데 왜 그 좋은 집을 떠나 왔어요?”

“어느 날 보니 나 혼자 산에 있더구나. 엄마를 찾아 정신없이 헤매다가 이곳까지 왔어."

“할머니...”

“이제 그만 쉬어야겠다. 비가 와서 그런지 다리가 쑤시는구나..” 


옛날 이름이 해피라던 할머니는 꼬리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나무 밑에 들어가 웅크렸어요. 




한참을 웅덩이에서 놀다 보니 비가 그쳤네요. 여기저기 새로운 냄새도 맡아야 하고 영역표시도 해야 해서 더 바쁜 오후가 될 것 같아요. 


“해피 할머니, 나랑 산책가요. 네?”

“...”


할머니는 반응이 없어요. 아직 많이 슬픈 표정이에요. 나는 혼자서 담장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어요.


‘킁킁, 아이 좋아 흙냄새’


꼬물꼬물 지렁이가 반짝반짝 윤기 나는 몸을 자랑해요. 


“오랜만에 보는구나 지렁아, 반가워”

“으악, 누구세요?”

“나야 나, 구름이~”


지렁이는 대답하지 않고 꾸물꾸물 들어가 버려요. 매년 인사할 때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예요. 눈이 없어서 그럴까요?


'왈왈, 어디가!' '

'나랑 놀자! 왈왈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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