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Serendipity / 2001
작년인가 재작년에 봤던 영환데, 리뷰 쓰려고 캡처만 해놓고 꽁꽁 묵혀두고만 있었다. 2001년에 개봉한 거면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개봉을 했다는 건데. 2000년대가 벌써 옛날 영화가 되어 버리다니. 20년도 더 지났으니 옛날 영화라고 해도 되겠지?
'세렌디피티'의 뜻은 짧게 말하자면 '뜻밖의 재미, 기쁨'을 의미한다. 조금 더 길게 풀어 설명하자면 완전 우연히 의도치 않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것을 뜻한다. 이 영화에서는 남,여 주인공이 우연히 운명적인 사랑을 찾게 돼서 세렌디피티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인 조나단과 여자 주인공인 사라는 크리스마스 전 서로의 애인에게 줄 장갑을 선물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한다. 마지막 남은 장갑 한 쌍을 동시에 잡은 두 사람. 이를 계기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사라가 너무 마음에 든 조나단은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하지만, 사라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가지고 있던 책에 본인의 연락처를 적은 후 중고 서점에 팔 테니 조나단에게 그 책을 찾으라고 한다. 본인은 조나단이 번호를 적어준 5달러로 솜사탕을 사 먹으며, 그 돈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둘은 이루어질 운명일 거라고 말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애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다가 다른 이성이랑 눈 맞는 것부터, 마음에 들면 드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운명에 두 사람의 관계를 맡기는 수동적인 자세는 뭐람? 물론 영화는 영화로서 받아들여야 하지만 내 평소 성격, 가치관과 맞지 않았던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말하고 싶던 내용을 사라의 친구인 이브가 속 시원하게 정리해줬다.
나의 미래든 배우자든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이브의 말처럼 살면서 결정은 왜 하는 걸까? 어차피 정해진 운명 막살아도 어떻게든 흘러갈 텐데.
나도 한때는 사주나 타로 등에 흥미가 많던 때가 있었다. 사실 맞는 경우도 꽤 있어서 지금도 흥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의 운명은 내가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사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나와 이루어질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나에게 그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에 들면 잘 되고자 '노력'을 해야 하고, 내게 맞는 회사라면 어떻게든 다녀지게 되는 게 아니라 그 회사를 가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량, 스펙, 경험들을 정리해서 잘 어필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였지만 별로 감동스럽지 않았고 주연이 아닌 조연의 대사에서 더 큰 교훈을 얻게 된 영화, 세렌디피티. 막연히 내게 정해진 운명을 기다리기보단, 능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