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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titudo Dec 20. 2021

오지랖의 향연

오랜만에 엄마와 시장에 갔다. 

베트남에 있을 때 먹고 싶던 귤도 사고, 밑반찬 거리를 사며 시장 구경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데 초등학교 3,4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2명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손에 고드름을 쥐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맨손으로 눈덩이를 주물럭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어우 손 시릴 텐데, 역시 젊음이 좋다.'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엄마가 아이 한 명한테 말을 걸었다. 


'너 운동화 끈 풀렸어, 좀 묶어야겠다.' 

나는 속으로, 아니 이 엄마가 요즘 애들 무서운 줄도 모르고 왜 말을 걸지? 하고 생각했다. 


운동화 끈이 풀렸던 아이는 배시시 웃고만 있고,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고자질을 한다. 

'얘 운동화 끈 묶을 줄 몰라서 안 묶고 있는 거래요~'  

1차로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당황한 아이는 옆에 친구에게 

'너도 묶을 줄 모르잖아!' 하고 소리친다. 

그러자 고자질한 친구는 

'내 운동화는 끈 안 묶어도 돼서 상관없지요~'한다. 

그래도 운동화 끈을 묶을 줄 모른다는 건 똑같은데, 넌 참 당당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보고 있던 우리 엄마는 

'그럼 운동화 끈을 그냥 운동화 속에 넣으면 되지~' 

하고 끝까지 말을 건다. 엄마한테 그만 좀 하라고 말린다. 


운동화 끈이 풀린 아이는 갑자기 멈춰 서며 

'아! 그런 방법도 있다니..!' 

하고 충격을 받는다. 생각지 못한 해결법에 적잖이 놀라 보였다. 

2차로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 덕분에 시장 한복판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맨 손으로 고드름이랑 눈덩이를 만지작 거리며 걷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거는 말에도 착하게 대답해주며 서로의 치부를 까발리는 모습도 순수하고 귀엽다. 


아이들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졌다. 

그 순수한 모습 오래오래 간직하길. 


Photo by Greg Rosen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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