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정 부모님께서 하노이에 다녀가셨다. 나의 타지 살이 연차가 쌓이는 만큼 친정 부모님의 출입국 기록도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벌써 베트남 방문 7회 차이다. 처음에는 하노이, 하롱베이, 사파, 다낭, 나트랑, 달랏, 푸꾸옥 등 베트남 각종 여행지를 하나씩 도장 깨기 했다면 유주 현우가 생기고 난 뒤로는 경기도 하노이시에 사는 딸네집 놀러 오듯 오신다. 여행보다 머무름에 더 가까운 방문으로 아이들 등하원 도와주시고, 저녁 먹고 동네 산책하고, 주일에 함께 교회 가는 것을 더 원하신다. 별일 아닌 이런 일상이 우리에게는 애써 만들어야 하는 귀한 시간이다.
이번에도 아빠, 엄마는 먼 여행을 한사코 사양하셨고 일주일가량을 집에서 복닥복닥 함께 보내게 되었다. 하루는 아빠와 집 앞 마트에 갔는데, 깐 마늘을 산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되도록이면 야채는 직접 손질해먹어야 하다는 아빠에게 여기는 인건비가 저렴해서 가격차이가 별로 없다고 바짝 응수했더니 돈 때문이 아니라 맛과 위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더 큰 잔소리가 날아왔다. 빨래통에 옷이 왜 다 뒤집어져있냐는 엄마에게도 세탁하기 직전에 다시 뒤집어서 빨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톡 쏘았는데 실은 거짓말이었다. 옷에 웬만한 큰 얼룩이 묻지 않은 이상, 뒤집는 일은 세탁 후의 나에게 미루는 편. 따지고 보면 땀에 쩌든 옷 안쪽도 깨끗해질 자격이 있지 않나요? (엄마에게 차마 이렇게 되묻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콜라 마시지 말아라, 유주 문제집 하루에 한 장씩 푸는 습관 들여라, 좌회전할 때 1차선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등. 이 것은 조언인가 잔소리인가 그 둘의 경계선을 이리저리 줄타기하는 말들을 들으며 일주일을 보냈다. 첫날 분명 막 사귄 연인처럼 애틋해했으면서 금세 투닥거리는 예전의 사이로 돌아갔다. 역시 가족은 시간의 간극을 메우며 만나는 사이가 아니다.
아빠 엄마가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현우가 유독 많이 울었다. 아침부터 캐리어 안의 옷들을 전부 꺼내어 숨겨놓더니 공항에서는 할머니 바지끄댕이를 잡고 오열을 하는 거다. 이번에는 슬픈 안녕 말고 행복한 안녕하고 싶었는데 요놈의 아들이 도와주지를 않네. 이 와중에 아빠 엄마의 뒷모습은 또 왜 이렇게 아린건지. 따듯하게 대답해 줄걸, 내 손으로 한 끼 더 차려줄걸, 사진 많이 찍어줄걸, 더 많이 표현할걸. 다정한 마음은 왜 항상 떠난 뒤에야 오는 걸까.
공항에서 집까지 25분 정도 걸렸고 유주 현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트에서 킨더조이를 사달라고 졸랐다. 곧 점심시간이라 평소 같았으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헛헛한 마음에 내 것까지 세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트를 나오는데 갑자기 현우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30분 전에 공항에서 세상 떠나가듯 울었으면서 지금 이렇게 엉덩이를 흔든다고? 이 변화무쌍한 감정선은 정말 마주할 때마다 당혹스럽단 말이지.
춤추는 현우를 영상으로 찍어 엄마에게 전송했다. 아마도 엄마는 다섯 시간 뒤에야 메시지를 확인하겠지만. 이로써 이번 이별은 현우 덕에 행복한 안녕으로 마쳤다.
애들 걱정은 하지 마요, 엄마아빠나 건강히 지내고 계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