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주 만에 자동차 면허증 신청을 완료했다. 발급 아니고 신청을 겨우 끝낸 거다. 이 번이 두 번째 신청인데 그래도 지난번 신청보다는 수월했다. 작년에 호되게 당했던 터라 올해는 그냥 돈을 주고 브로커에게 맡길까도 고민했지만 비용이 무려 200달러 차이. 요즘 환율이 얼만데. 젊을 때 시간과 몸으로 때우는 것은 경험이라도 될 수 있다고 하니 나는 이번에도 몸으로 때워보기로 했다. 대체 그 젊음의 기준이 몇 살까지 인지는 모르겠다만.
작년 면허증 신청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치기다.
당시 바딘에 있던 교통국에서는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접수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둘째를 이모에게 맡기고 9시 30분에 부랴부랴 도착했지만, 오전 번호표는 이미 발급이 끝났으니 오후 1시에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카페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12시 20분쯤 다시 교통국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내 뒤로 줄이 길게 있어졌고 비교적 앞에 있었던 나는 빨리 신청을 끝내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시가 되기 5분 전부터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줄을 무시한 채 문 앞을 서성대기 시작했다. 설마 새치기를 하겠어, 설마 설마 했는데 웬걸. 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좀비 떼처럼 와르르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게다가 줄에 서 있던 사람들마저 그 흐름에 휩쓸려 앞다퉈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집단적이고 대범한 새치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멍하니 서있는데 그보다 더 충격인 것은 이 모든 상황을 보고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공무원들이었다. 결국 나는 거의 마지막 순번으로 신청을 완료했고 다섯 시가 돼서야 퇴근하는 직원들과 같이 교통국을 나올 수 있었다.
올해는 다른 지역에 있는 교통국으로 갔다. 작년 바딘 교통국에 비하면 사람도 훨씬 적었고 시설도 더 좋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친절한 공무원을 만나 서류 신청을 2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거주 확인서 서류를 준비하면서 한 공무원이 나를 일주일 동안 세 번이나 헛걸음하게 했지만 그래도 뒷돈을 요구받지는 않았다. 면허증 신청을 함께 준비하던 한 지인은 계속 퇴짜를 놓는 동사무소 공무원에게 100만 동의 뒷돈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니 이 정도면 나는 양호하게 잘 끝낸 셈이다. 실물 면허증은 반년이 걸린다고 하니 일주일 뒤쯤 일단 새로운 면허번호만 받아오면 된다.
자동차 앞 좌석 서랍을 열어 교통국에서 받은 면허증 신청서를 넣어두었다. 서랍 안에는 보험 증권, VTEC(하이패스) 가입증 외에도 남편과 나의 여권 사본, 한국 운전 면허증, 국제 운전면허증등 서류가 한 뭉치다. 외국인 신분으로 타지에 산다는 것은 내적으로 그리고 이렇게 외적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내야 일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 국제운전면허증은 발급받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빠르고 정확하기까지 한 K-행정이 그리운 저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