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수업: 1. 작은 것에 만족하기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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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불행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삶은 그저 평탄했다고 보면 되겠다. 이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아니 나는 '행복'하기가 참 어려웠다.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순간순간 행복하고자 했지만 그건 나를 속이는 일이었다.

젊은 시절엔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목표가 무엇이건 이루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았다. 행복이란 늘 뜬 구름과도 같았다. 잡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체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너무 높이 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행복에 대해 좀 초연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장 그르니에의 '존재의 불행'에 이런 글이 나온다. 프랑스 철학자 르누비에가 죽음을 앞두고 친구 루이 프라에게 한 말이다.

'늙어갈수록 인생에 초연해진다는 믿음은 잘못된 걸세. 젊었을 때보다 더하진 않더라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인생에 집착하게 되지. 그리고 우리가 죽음으로 떠나게 되는 모든 것들을 의식하기에 고통은 더욱더 커진다네. 하지만 젊은이는 더 쉽게 죽을 수 있어. 왜냐하면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거든. 그리고 그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의 일부분밖에 맛보지 못했거든.'

달리 해석하면 이 세상 삶의 즐거움을 알기에 나이가 들수록 더 집착하게 되며, 더 큰 행복을 원하게 되기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 이리라.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를 굳이 정리해 본다면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일단 태어난 이상 대단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위대한 삶을 살겠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일임을 오래전에 깨달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불안했고 조급했다.

좀 늦었지만 인생에 대한 기대치를 좀 낮추기로 한다. 인생을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 스스로를 존중하며 귀하게 살되 기대치는 좀 낮춘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냉철하게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쓸데없이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장 그르니에는 같은 책에서 너무 의식이 강한 것의 폐해에 대해서도 썼다.

‘의식이란 우리의 모든 기쁨 속으로 스며들어 산다는 즐거움을 망쳐 버리는 교묘한 독약이다’.

이제는 필요한 것만 생각하고, 특히 지혜롭게 생각해야겠다. 잡념은 떨쳐 버리자!

베스트셀러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를 보면 '포기하면 편하니라~'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을 써 놓았다. 열심히 해도 안될 때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행복하진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쓰겠다.

'인생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행복하니라~'

작은 행복들을 찾아봐야겠다.

다시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으로 돌아가 보자.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돌아갈 집은 있고, 생각할 사람은 꼭 사람이 아니어도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있으니 되었고, 외로울 때 부를 노래 하나만 있으면 되겠다.

고 이태석 신부님이 양평의 수도원 요양원에 계실 때 형님 신부님의 요청을 받고 방문객들 앞에서 ‘열애’를 열창하는 동영상을 봤다. 선종하기 몇 달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힘차게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신부님은 참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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