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안나 카레니나> 중 나를 깨우는 한 문장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


글을 쓸 때 고민거리 중 하나가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시작이 좋으면 그다음은 수월하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은 아마도 전 세계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이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문장은 앞으로 전개될 비극적인 스토리를 암시한다. 이상과 실천 사이에서 갈등했던 작가 자신의 운명도 이 첫 문장에서 예견했던 것 같다. 톨스토이는 백작 집안 출신으로 남부러울 것 없었고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로 문호로 명성을 얻었지만 '부활'을 발표한 뒤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한다. 청빈하게 살려했지만 아내와 갈등 끝에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다 기차역 의자에서 세상을 떠났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부러울 것 없는 주인공 안나는 사랑 없는 남편 대신에 우연히 만난 청년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기차에 몸을 던진다. 톨스토이 자신이 현실 소설이라고 했던 '안나 카레니나'는 인간사의 모든 것이 등장한다. 1870년대 러시아 상류 귀족사회의 위선, 체면, 사랑, 불륜, 배신, 용서, 질투, 운명, 저주, 종교, 참회 등. 행복은 모든 사람이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에 다다르는지 속 시원한 답은 없다. 반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은 무척 많다.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 다 해소되어야 비로소 행복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한 가지가 채워지면 또 다른 게 부족하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의 문장을 뒤집어 보면 어떨까.

‘ 불행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행복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행복을 안고 있다. ‘

큰 것이 아니라도 작은 것만으로도 각자 행복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나는 어떤 것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날씨가 풀려서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 산책을 했다. 집에 와 보니 현관에 꽃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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