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테이트 미술관의 품격

120년 만의 휴관에 붙이는 글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코로나 19가 지구를 덮쳤습니다. 우리나라는 잘 대응한 덕분에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기미를 보이지만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심각해지는 양상입니다. 아침에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보낸 전자메일을 받았습니다. 120년간 휴관 없이 관객들을 맞았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문객과 직원들의 복지이며, 이에 따라 3월 17일 저녁부터 5월 1일까지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이브를 임시 휴관한다고 밝혔습니다. 120년 만의 휴관을 결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유럽 각국에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관은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그다음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예술에의 접근이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우리의 일상을 밝게 하며,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탱해 줄 수 있습니다. 미술관 갤러리가 문을 닫고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한결같이 테이트의 최고 작품들을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것입니다.

(We believe that access to art for everyone is a universal human right. Now more than ever, art can lift our spirits, brighten our days and support our mental health. So whilst our galleries are shut, we’ll be sharing some ideas for how you can still enjoy the best of Tate online. )


예술은 밥을 먹여주지도 않고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일상에 활력을 주면서 정신건강을 지탱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예술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의 이름은 설립자 헨리 테이트에서 딴 것입니다. 랭커셔 출신으로 설탕 제조업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습니다. 개인의 수집품 덕분에 국립미술관이 생긴 것을 보고 그 자신도 1892년 자신이 모은 수집품을 국가에 기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1897년 템즈강 북쪽 밀뱅크에 테이트 브리튼이 개관했습니다. 예전에 큰 교도소가 있던 자리에 건축가 시드니 R.J. 스미스가 7개의 전시실이 있는 원형 건물을 지었습니다. 1899년 9개의 전시실이 추가로 세워졌는데 이때도 테이트가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개관 100주년을 맞았던 해에 다시 확장 증축해 오늘에 이릅니다. 테이트 브리튼은 토마스 게인즈버러, 존 컨스터블, 호가스 같은 18세기와 19세기 영국 화가들의 작품을 다룹니다. 특히 풍경화의 귀재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의 미술을 발전시킨 라파엘 전파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London_-_Tate_Modern,_2016.jpg


소장 작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1988년 테이트 리버풀, 1993년 테이트 세인트 이브를 각각 설립했습니다. 런던 테임즈 강변에 오랫동안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2000년 5월 11일 테이트 모던을 개관했습니다. 거대한 터빈홀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대해 대형 설치작업을 선보이면서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며 잠재력과 창의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영국의 미술관은 대부분이 국립입니다. 영국의 예술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을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그 신념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위기에서도 그 가치와 신념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폭격의 위협이 있는 와중에도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피아노 연주회를 열며 전쟁으로 상처 받은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저력과 품격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코먼 https://commons.wikimedia.or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수업 :6.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