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

기록적인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끈적한 습기 때문에 힘든데 더위까지 찾아오니 많이 힘들어지네요.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 훌쩍 떠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기도 힘들고.

이럴 땐 귀로 듣는 음악을 들으며 공간 이동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 좋을 것 같습니다.

8월엔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음악을 들어야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몇 곡 추려봅니다.

1.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애국심이 깊은 체코 출신의 작곡가 스메타나를 '국민악파'로 분류하지요. 그가 조국에 대한 사랑을 담은 교향시 ' 나의 조국' 6곡 중 제2곡인 '몰다우'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강한 서정성이 가슴 깊이 감동을 주는 곡입니다. 몰다우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흐르는 강입니다. 흔히 블타바 강이라고 합니다. 작은 강의 발원지가 되는 작은 물줄기의 간헐적인 소용돌이가 큰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곡의 도입부입니다. 그리고 주제 선율이 펼쳐집니다. 무심한 듯 도도하게 흐르는 유장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서정적이고 유려하며 장대한 선율에 작곡가는 애국심을 가득 담았습니다. 그다음은 보헤미아의 민속과 풍광을 상징하는 경쾌한 음악입니다. 그리고 다시 주제 선율로 돌아가 숙연함을 강조하며 음악이 마무리됩니다.

2.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op. 95  '신세계로부터'  

체코 출신의 음악가 드보르작은 1892년 미국 뉴욕의 내셔널 음악원 원장으로 초대되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미국 체류 중 틈틈이 흑인영가나 인디언 민요를 스케치하면서 작품을 준비했지요.  또한  여름이 되면 아이오와의 스필빌에 있는 보헤미아 인들의 집단 이주지를 찾아 향수를 달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답니다.  신대륙의 소박한 가락에 고향에 대한 진한 향수를 실은 것이 이 작품입니다. 서주가 붙어있는 론도 형식의 곡에 작곡자 자신이 '신세계로부터'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특히 2악장은 잉글리시 호른으로 연주되는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친근하고 애잔한 음악이 진한 감동으로 선사해 초연 당시 객석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흑인들이 괴로움과 슬픔으로부터 해방되어 천국의 평화와 안식을 얻기를 바라는 애절한 마음이 고향을 그리는 그의 향수와 어우러진 것이지요. 이 악장의 주제는 드보르작의 제자 피샤에 의해 독창 혹은 합창곡으로 편곡되어 '고잉홈'이라는 제목으로 사랑받게 됩니다. 관악기가 연주하는 고요한 서주에 이은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의 아름다운 선율이 매혹적입니다. 주제가  악기를 바꿔가며 몇 차례 되풀이되고  사이사이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묘미를 주다가 다시 잉글리시 호른으로 간결하게 끝이 납니다.

'신세계로부터'는 드보르작의 9개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인데 출판사 측 실수로 '제5번'으로 불리다 제9번으로 정정되었다고 합니다.

3.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헝가리에는 집시가 많았지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집시들을 묶어주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음악입니다. 집시들은 고유한 음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음악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프란츠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는 자유로운 집시의 영혼을 환상곡풍으로 풀어놓은  것입니다. 랩소디는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작곡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쓴 자유로운 음악입니다.  이 곡은 헝가리 마자르 사람들의 춤곡인 차르다시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차르다시는 느리고 장중한 라산과 빠르고 격렬한 프리슈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헝가리안 랩소디는 처음에 장중하면서도 관능적으로 아주 느리게 시작해서 에너지를 축적한 다음 빠르게 몰아치는 음악으로 열정적으로, 자유분방하게 마무리됩니다. 본래 피아노 곡으로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관현악곡으로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