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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Oct 13. 2022

프랑스 2022 파리 : 앨리스 닐

파리 예술기행 1 ' 앨리스 닐 전' : 퐁피두센터에서 만난 외로운 영혼

이번 파리 여행의 큰 소득을 꼽자면 앨리스 닐(1900~1984)을 만난 것이 아닐는지.  이미  작고한 화가이니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통해서 이지만 그 어떤 화가보다도 작품들이 주는 인상이 깊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에곤  쉴레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동이 떠올랐다. 두 화가 모두 인물들(주로 화가의 주변인)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매우 표현주의 색채가 강하고 인물의 특징적인 디테일과 함께 특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인물화를 남겼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공사에서  만드는 안내책자에서는  이번 가을 파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중 하나로  앨리스 닐 전시를 꼽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어떤 그림을 그렸더라? 단박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퐁피두센터라는 전시장의 네임밸류라면 분명 실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검색해 보니 얼른 전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의 첫 해외여행지 프랑스, 무지하게 풍성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10월의  파리에서 내가 선택한 첫 전시회를 보러  퐁피두센터를 찾았다. 앨리스 닐 전은 원래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1년 늦춰 열린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볼 수 있었다.

2022 가을 시즌 전시 포스터가 붙은 퐁피두센터의 외관. 수십년 째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반갑다.

퐁피두센터는 미술사에 기록되는 중요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소장되어있는 미술관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현재(동시대, 컨템퍼러리)의 회화 조각 설치 디자인 사진 등 소장품만 10만 점이라는 방대한 컬렉션에  공장처럼 파이프 라인을 두른 건축물 (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 설계, 1976) 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로 유명하다.

앨리스 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영혼의 수집가'로 불린다. 1900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디자인 학교를 다녔다. 1920년대 여성의 지위는 바닥. 열심히 작업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전염병으로 딸이 죽었고 둘째를 낳았지만 남편이 둘째 딸과 함께 쿠바로 떠난 이후 앨리스는 신경쇠약으로 자살시도를 하고 , 재활센터 치료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결혼 역시 평탄치 않았다. 이후  그녀는 삶의 태도를 바꾼다.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되어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비주류 화가로 평생을 살았던 앨리스 닐은 1974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 통해 재조명된다.

앨리스 닐은 북미 미술의 주요 인물로 미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예리하게 묘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페미니즘 아티스트이자 인물화가로  예리한 관찰을 통해 인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재해석한다.  흑인, 소외받는 사람들, 특수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삶을 대변했으며  아티스트, 예술사가, 저널리스트 등 지인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이지만 담담한 모습 속에 그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다.

앨리스 닐의 그림은 들여다볼수록 흥미롭다. 모델을 통해 한 인간의 삶과 역사를 표현한다. 그 시대의 사회상이기도 하다. 표정, 헤어스타일, 의상 외에 손과 발(특히 구두)을 통해  인물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공산당원이었던 앨리스 닐은 급진적인 여성이었다고 표현되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작품에서 느껴져 좋았다.  

아이티 여성들의 핍진한 삶을 보여준 작품

전시장 입구에는 그녀의 대형 초상사진이 걸려있고, 안으로 들어가 왼쪽 벽에는 그와 대조적으로 압착 사진 크기의 작은 얼굴 사진 3장이 붙어 있다. 포스터에 소개된 작품 (아래 왼쪽) 제목은  ‘Marxist girl(1972). 가슴을 과장되게 그린 포르노 배우는 도발적이면서도 애잔한 삶이 느껴진다.

앤디워홀, 1970

그녀의 대표작, 데생 등 75점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퐁피두센터 갤러리 3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 2022.10.5~ 2023.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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