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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Oct 14. 2022

프랑스 22-2: 파리에서 놓치면 안될 전시

루이뷔통 재단 ‘클로드 모네-조안 미첼’ 전

원래 이번 주말에 프리즈 런던을 보러 갈 계획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아 포기했다. 그리고 온전히 파리를 즐기기로 했다.

도착해서 이틀은 날씨가 화창하더니 이번 주는 내리 사흘간 흐리고 비가 오는 특유의 파리 날씨. 흐린 날엔 역시 미술관에 가서 거장들의 아우리에 빠지는 것이  제격이다.  올해 10월 파리에선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못했던 기획전들을 한풀이하듯 쏟아내고 있다. 미술관마다 미루고, 쌓아두었던 기획들을 펼쳐 보여 그야말로 볼거리가 화려하다.

날씨는 아침부터 흐리지만 발걸음 가볍게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향했다. 지하철 1호선 (라데팡스 방향) 레 사블론 les sablons 역에서  내려 불로뉴 숲 놀이공원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미술관이 나온다.  둥실 떠있는 범선 같은 외관은 언제 보아도 근사하다.

 아르노 LVMH 회장과 여러 면(사업과 현대미술 컬렉션)에서 라이벌 관계인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얼마 전 파리에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재단 미술관을 오픈해 전 세계 예술계의 관심이 그곳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그런 까닭(나의 생각임)에 자존심을 걸고 준비한 전시는  ‘모네-미첼’ 전.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와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작업한 추상 표현주의 화가 조안 미첼(1925~1992)이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 공명하며 ‘대화’를 나누도록 한 기획은 역시 대단했다. 미술사를 뒤흔든 두 거장이 화폭에 풀어낸 색채의 바다에 풍덩 빠져 황홀했다.

조안 미첼은 모네가 죽기 1년 전 태어났으니 두 사람이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예술의 힘은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게 만들고 현재의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다. 조안 미첼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나와 작가 생활을 하다가 남편과 함께 프랑스 여행을 하고는 인상파 화가들이 태어난 프랑스의 풍광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후에 아예 프랑스로 작업실을 옮기고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의 작업실은 모네가 말년에 연못이 있은 정원을 꾸미고 ‘수련’ 시리즈를 그리며 삶을 보낸 지베르니에서 멀지 않은 베퇴이유에 있었다.

모네는 자연의 빛 아래에서 보고 느끼는 패턴을 화폭에 선과 색채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미첼은  (아름답고, 슬픈, 기쁜 ) 기억들을 감각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캔버스를 색채로 채워 나갔다. 이런 두 거장의 방식에 집중하며 같은 공간에 놓인 두 사람의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대화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능력 있는 예술 기획자의 힘이겠다. )

빛과 색채의 유희를 즐기던 두 예술가가 하나의 주제를 각각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아무 생각 없이 그 공간 안에 있어도 좋다.

파리에서 모네의 수련을 집중해 볼 수 있는 미술관은 세 곳이 있다. 우선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오르세 미술관이다. 그다음은 대형 수련이 영구 전시되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이다. 파리 16구에 있는 이곳은 사람들(관광객들)이 잘 안 가는 곳이지만 모네의 아들 미셸 모네가 국가에 기증한 작품들( 그 유명한 작품 ‘인상, 해돋이’가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작품들은 모네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아들이 물려받은 것이니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루이 뷔통 전시에 나온 많은 작품들 대부분이 마르모탕 모네 술관에서 대여한 것이다.

물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자. 왼쪽 작품이 모네, 오른쪽이 미첼의 작품 ‘rlver’

특히  각기 개인 컬렉터에게, 미술관들에  팔려가 뿔뿔이 흩어졌던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모네의 수련 세 폭짜리는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1956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한자리에 모였다.

미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연작 ‘그랑드 발레’ La grande Vallees (1983-1984)는 대형 작품 21점(3폭 작품 1점과 2폭 작품 5점 포함).  동생, 친구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난 상실감과 투병생활의 고통을 예술로 극복해 낸 대작이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풀어낸 이들 작품은 전속 갤러리 장 푸르니에에서 1984년 한꺼번에 전시된 이후 이번에 10점이 한데 모였다.

‘모네와 미첼이 펼친 빛과 색채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전시는 ‘blue의 시간’에서 시작한다. 모네가 1897부터 작업한 수련, 키 큰 풀 , 그랑드 데코라시온을 위한 습작들에서 다양한 톤의 monet blue를 볼 수 있다. 강한 붓 터치로 깊고 푸른색을 담은 미첼의 2폭 회화 무제(1955)와 4폭 회화 Betsy Jolas(1976)은 그저 말을 잃게 한다.

4폭 회화 Betsy Jolas
미첼의 작품  ‘무제’

모네의 후기 작품은 매우 추상적인 화풍으로 아름다운 그 만의 색채를  담고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구분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색과 몽환적 빛이 남았다.

“Painting is the opposite of death, it permits one to survive, it permits also one to live.”

미첼은 그랑드 발레 연작을 통해 고통을 극복해 냈다. 그림만이 삶의 전부였고 삶을 지탱하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이런 예술을 보고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시기간 2022. 10.5-202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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