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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Oct 15. 2022

프랑스22-3: 루브르,사물들 les choses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물화의 역사

오늘도 미술관으로 출근~!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파리의 동남쪽 벵센 Vincennes . 벵센 성 (샤토 드 벵센)이 있고 같은 이름의 커다란 숲이 있어 조용하고 공기 좋고 살기 편한 곳이다. 지하철은 1번선 종점 ‘샤토 드 벵센’이다.

번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의 지하철 중 가장 먼저 생긴 것이라 파리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중요한 지점을 두루 통과한다. 리용 역, 시청(오텔 드빌), 바스티유, 마레, 루브르, 샤틀레 레알, 트로카데로, 샤를 드골 에투왈, 레 사블론 등. 루브르 박물관은 물론이고 퐁피두센터, 샹 부르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샤틀레 레알) , 에펠탑(트로카데로), 개선문과 샹젤리제(샤를 드골 에투왈) ,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레 사블론) 등 유명 관광지와 미술관을 다 데려다 주니 정말 편리하다. 정리하면서 새삼 숙소를 제공해 준 친구가 너무 고맙다( 살인적인 파리의 물가와 호텔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신경망처럼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파리의 지하철  긴 복도를 지나다 보면 양쪽에 광고가 빼곡한데 그중 빨간 수박을 사실적으로 먹음직하게 그려놓은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루브르 박물관 기획전시 les Choses’가 있다. 꽤 많이 붙어있는 데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수박 그림이니 돋보일 수밖에 없다.  오늘은 루브르 지역 미술관(루브르 박물관의 정물 화전, 프랑스 국립도서관 리슐리외, 피노 컬렉션)을 집중해서 다닐 예정으로 느긋하게 길을 나선다. 벵센 숲을 지나 지하철 타러 가는 길, 공기도 맑고 발걸음도 상쾌하다. 지하철 역 앞의 신문 잡지를 파는 키오스크도 보인다.

<사물들 Les cheses> 은 루브르 박물관의 야심 찬 기획이다. 프랑스 관광청이  ‘2022년 가을 파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들 top 11’으로 추천하는 전시 중 하나로 정물화의 역사를 보여준다. 선사시대 도끼부터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마네의 과일, 고흐의 방, 현재에 이르기까지  말없는 사물들을 예술작품의 소재로 삼아 인류가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따라가 보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루브르에 도착하니 관광객들이 가랑비에 옷 졌는데도 불구하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지루하기보다 모두들 들뜬 표정이다. 나도 인증샷.

정물화를 프랑스어로 nature morte 나튀르 모르트, 직역하면 ‘죽은 자연’이다. 화폭 위에 담겨 영원히 살고 있는 사물들을  보면 그 단어가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영어단어 still life가 정물화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특정한 , 혹은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대했는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고 다채롭다.

전시장 입구에는 현장학습을 나온 프랑스 학생들이 도슨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는 전시 보러 멀리 한국에서 날아왔는데.. 이들은 어릴 때부터 걸작 명화들을 눈으로 보고 배우며 오감을 키운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정물화는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예술 장르인 정물화를 향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전시기획의도. 정물화 작품을 중심으로 예술사를 따라가   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내부에 죽은 자를 위해 그려 넣은 고기와 야채, 과일들과 폼페이 유적지에서 나온 타일벽화  정물, 르네상스 시기 그림에 담긴 상징적 표상들.. (그러고 보니 그림은 인물, 연, 사물들의 조합이다. )

친구들과의 식사 후 테이블을 그대로 남긴 헝가리언 식사. 자세히 보면 곰팡이가 피었다가 마른 흔적도 있다.
폼페이 유적에서 나온 해골 타일벽화와 정물화

친구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를 그대로 옮긴 ‘헝가리언 식사’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일상의 사물들이 저마다 많은 말을 한다. 정물을 잘 그리는 것은 유화 기법이 탄생한 17세기 북유럽 화가들이다. 구성도, 표현도 기가 막히다. 꼭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사물들을 그렸는데 수채화를 배워 보니 정말 얼마나 많은 붓질과 관찰력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마티스는 17세기 화가의 정물화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그렸는데 이 전시에서 나란히 놓였다. 마티스의 그림은 뉴욕 모마에서 대여한 적품이니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전시회 포스터에 실린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회 관람의 재미다. 수박 그림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왔다. 자세히 보면 배경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고 있다. 달고 향기로운 시원한 수박이 거친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해 줄 것 같다.

전시작퓸들을 보면 그 박물관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렘브란트의 해체된 소,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노란 레몬과 아스파라거스, 고호가 그린 아를의 방, 르네 마그리트의  구두(발),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등등...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고딘의 사진 ‘격리 첫날이다. 코로나19 격리된  자신의 집에서 촬영한 초점이 나간 시든 .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일상의 사물들은 이처럼  시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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