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한마디 12월 2일

여행

여행이 워낙 길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 없이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

ㅡ프란츠 카프카. ' 돌연한 출발' 중-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를 바꾸면 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소극적이 되고, 사회활동의 반경은 줄어들고, 만사가 심드렁 해지는걸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가 이런 성향을 더 부추겼을지 모릅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집니다. 일상생활에 안주하여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다른 사람을 재단하고, 세상사를 내 기준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드니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의욕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못하고 안 했던 것들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뭐든지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어찌 될지 모릅니다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겁니다.

오늘의 한마디는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지극히 짧은 소설 중에 '돌연한 출발' 중에서 소개합니다. 법학을 전공한 카프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냉소적 몽상가였습니다. 중국 작가 위화는 '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에서 '카프카와 K'라는 글에서 카프카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카프카는 문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그는 흐름에 밀려서가 아니라 기슭에서 물길을 거스르듯 등장했다.'

카프카의 몽상가적 기질을 잘 보여주는 글 '돌연한 출발'은 주인이 하인에게 말을 끌어내 오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 나리"

"모른다"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 간다. 그래야만 나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노라"...

" 나리께서는 양식도 준비하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 나에게는 그 따위 것은 필요 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길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 없이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


여행은 단어 그 자체로의 여행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어떤 여행이 될지는 가봐야 하는 거죠. 일단 떠나고 보는 겁니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겁니다. 은거하고 있던 동굴에서 나가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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