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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Aug 25. 2023

[추천전시] 모노하작가 키시오 스가 개인전

9월 3일까지 , 갤러리신라 서울 구관 및 신관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편에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해체주의 건축이라 부를 만한 건축물은 국내 건축가 김헌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흔치 않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으로 분류된다. 대구에 근거지를 둔 갤러리 신라가 이곳에 지난 5월부터 새 둥지를 틀었다. 코로나 시기에 자그마한 한옥을 수리해 삼청동 시대를 연 신라는 좀 더 넓은 공간 확보를 위해 갤러리신라 서울 신관을 마련했다. 이번에 갤러리 신라 서울 구관(한옥)과 신관에서 일본 ‘모노하(物派, mono-ha) 운동’의 중심 작가로 활동해 온 키시오 스가(1944~, Kishio Suga)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키시오 스가의 작업 세계와 철학뿐 아니라 모노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전시로 갤러리 신라 서울의 구관(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08)과 신관(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11)의 총 5개 층에서 진행된다. 9월 3일까지.

키시오 스가는 종래의 미술에 대한 사고와 작품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거의 가공하지 않은 물(物과 事物, things,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해 공간에 배치함으로 사물과 사물, 사물과 장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념적 시각에 대한 질문’을 추가해 왔다. 

키시오 스가는 모노하의 중심적인 존재로서 현재까지 자신의 방법과 사고방식을 엄수하면서 일관되게 작업을 전개해 온 유일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사물과 사물이 장소에서 만나 방향성을 갖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물(物, 모노)에 대한 관심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깊고 풍부하게 발전시켰으며 그것이 그의 꾸준한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다양한 소재들(나무, 돌, 쇳조각 혹은 유리조각), 자연물과 인공물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이들 사물 간의 조합과 배치를 통한 작업들을 발표했다. 특정한 전시 공간 내에 서로 다른 소재들을 의도적으로 대립구도로 배치하거나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물질과 공간 그리고 인간 사이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표현함으로써 물체의 존재 그 자체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갤러리 신라 서울의 구관과 신관 약 200평의 넓은 공간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키시오 스가의 대표 작품 6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1974년부터 2023년까지 다양한 연도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설치 미술,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무 덩어리에 알루미늄 팩을 불규칙적으로 꼽고 마로 된 로프를 끼워 긴장된 공간을 만들어낸다거나 자연에서 회수한 나무 가지들을 나무 캔버스에 배치하여 평면에 공간감을 둔다거나, 부드러운 종이를 접어 바닥에 설치하는 식이다. 부드러운 물질은 강한 느낌의 공간감을 만들고, 강한 물질은 다른 강한 물질과 만나 부드러운 느낌을 만들어 낸다. 그냥 무심한 듯 하지만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심심한 가운데 아름다움이 있다.  

동시대 현대미술계와 미술사에서 자리매김하면서 그동안의 전시와 작품들을 재평가받아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성공적인 전시를 개최한 바 있으며 최근엔 마이니치 미술상 (57회 Mainichi Art Award)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85년 수화랑에서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후 갤러리 신라(대구)에서 2005년 첫 전시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갤러리 신라에서 꾸준히 전시를 이어왔다. 

갤러리 신라는 6명의 필진과 함께 5년에 걸쳐 준비한 모노하 연구서 <모노하의 태도들>을 출간했다. 오사와 요시히사, 손지민, 박창서, 미셸 누리드자니, 박순홍, 가기타니 레이가 필진으로 참여해 모노하 운동과 모노하가 추구하는 예술과 미학에 대해 심도 있는 논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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