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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25. 2023

[추천전시]'通(통);백남준과 제주, 굿판에서 만나다'

제주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 8월 31일까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고(故) 백남준(1932~2006)은 늘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굿쟁이예요.”

‘우리의 얼은 곧 굿’이라고 했던 ‘전자무당’ 백남준이 예술세계가 1만 8천 신들의 섬 제주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주도립 제주돌문화공원 내의 오백장군갤러리에서 '通(통);백남준과 제주, 굿판에서 만나다'는 굿을 모든 예술의 원초적 뿌리로 여겼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제주 굿과 접목해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를 기획한 송정희 갤러리누보 대표는 “백남준은 굿의 현대화, 예술화를 선두적으로 실험했던 예술가였다”면서 “살아있는 사람과 망자를 소통하게 해 주는 굿과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통한다’는 데서 이번 전시 주제를 ‘통(通)’으로 잡고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작품은 총 100여 점으로 5 세션으로 나눴다. 굿에 쓰이는 종이장식을 달아 현실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장식한 전시장 입구를 들어가면 1 세션이 펼쳐진다. 1990년 현대갤러리에서 백남준이 예술동료였던 요셉보이스의 추모제로 진행한 굿 퍼포먼스 사진작품이 소개된다. 1986년 세상을 떠난 요셉 보이스의 펠트 모자와 백남준의 삿갓이 등장하는 굿 퍼포먼스를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던 최재영 사진작가가 촬영한 원본 사진을 밀착프린트 형식으로 설치했다.

2 세션에서는 백남준의 영상 및 비디오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3 세션은 백남준 작품 중 오방색과 빛을 활용한 작품과 제주 굿 ‘기메’(제주의 굿판에서 사용하는 종이 장식품)를 이용해 설치했다. '기메'는 종이로 만드는데 온갖 모양으로 오려내 신의 강림을 기다리는 기물로 제주의 심방들이 직접 만들었다. 4 세션에서는 피아노와 백남준이 작곡한 곡의 악보를 놓았다. 5 세션은 백남준의 평면드로잉 및 최재영 작가의 굿 사진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백남준은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첫 전시부터 모든 전시가 결국은 '굿'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장 입구에 피가 떨어지는 소머리를 걸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시장에서는 당시 사진들도 볼 수 있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당시 이탈리아 여성모델이 북방 몽골족인 타타르 로봇에게 제물로 바치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역시 굿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그의 전자기술자 이정성 대표가 촬영한 영상의 일부가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백남준은 1995년 자신이 30년간 펼친 예술론을 로제타석(모양의 동판)에 새기고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스톤)이란 제목을 달았다. 송정희 대표는 “5개국의 언어로 로제타스톤에 쓴 내용은 한마디로 하면 미디어로서의 '굿'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디어는 결국 신과 인간을 매개시키는 중세개념인 '영매(靈媒)'에서 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소통과 공감이 절실한 현대사회에서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며 인살과 신성이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한 전시”라고 덧붙였다.

오는 8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돌문화공원관리소에서 주최하고 돌문화공원관리소와 갤러리누보가 공동 주관하며 백남준아트센터, 전남도립미술관, 백남준문화재단 등이 참여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화산의 폭발로 생긴 섬 제주도의 생태와 토속 신앙 등 제주의 돌 문화를 보여 주는 박물관이자 생태 공원이다. 곶자왈 지대에 전체 규모 100만 평 정도의 방대한 규모인 공원은 전체가 제주도의 탄생 신화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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