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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22. 2023

'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보티첼리부터 반 고흐까지 , 거장 50명의 걸작 52점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2023.6.2.(금)~10.9.(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 애호가이거나 미술사와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로 꼽고 싶은 전시다. 

한국에서 블럭버스터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으레 간판에 내건 거장의 B급 유화 몇 점을 걸어놓곤 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엔 양상이  바뀌어 정말 좋은 작품들이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공동 주최' 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을 여행한 사람들은 한 번쯤 들렀을 전설적인 미술관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작품 가운데  르네상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를 관통하며 시기별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 50명의 명화 52점을 전시한다.   서울 한 복판에서 이들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안 믿어질 정도다. 

내셔널갤러리는 모든 사람들이 걸작을 감상하고 예술 교육을 할 수 있는  '회화를 중심으로 하는 국립미술관'으로 1824년 개장했다.  교육과 감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술관인만큼  전시는 서양 미술사 학습의 살아있는 교과서 같다.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랜드 투어,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등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한 설명을 더해 거장의 명화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시기별로 구분해 놓고  역사적 변화가  예술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예술가가 이를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담은 설명문을 '한글로' 읽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이란 제목으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보티첼리, 라파엘로, 조반니 벨리니,  메시나 , 베니스파를 대표하는 티치아노와  틴토레토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여인의 초상' ( 캔버스에 유채, 119.4ⅹ96.5㎝,1510~1512)은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가운데 티치아노의 '푸른 소매의 남자'와 함께 티치아노가 얼마나 빛을 능숙하게 다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회화와 부조가 대비를 이루며 조각보다는 역시 '회화'가 우월하다는 티치아노의 선언적 작품이다.   

2부는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이다.  서양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인 종교개혁으로 가톨릭교회와 신교가 대립하던 시기, 예술도 극단적인 흐름을 보인다. 1517년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유럽교회는 중세 기독교 전통을 수호하는 가톨릭과 변화를 원하는 프로테스탄트로 나뉜다. 2부에서는 가톨릭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술의 역할에 주목한 가톨릭 국가의 미술과 종교 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간 프로테스탄트 국가의 미술을 보여준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의 작품과 함께, 가톨릭 개혁 시기 인기를 끈 사소페라토의 작품도 소개된다. 한편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 유행한 풍경화, 일상생활 그림 등도 전시된다. 카라바조가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낸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은 놓치면 안 될 작품이다.  

한편 플랑드르 지역에선 대항해시대의 개막과 함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설립 등으로 부를 축적한 상인들이 새로운 미술의 부흥에 기름을 부었다. 안트베르펜 출신의 요아힘 베케라르(1530-1574)는 당시 장르화 화가로 떠들썩한 시장 풍경 속에 성서의 일화를 삽입해 물질적 풍요와 기독교적 가치를 대조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고대 철학자들이 말한 세계의 최소 구성원소인 공기, 물, 흙, 불 4 원소를 그렸는데 이 가운데 물과 불 두 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렘브란트가 그린 '63세의 자화상', 벨라스케스의 '페르난도 데 발데스 주교' 초상화도 꼭 봐야 할 걸작이다. 

3부는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되어, 개인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18-19세기 작품들을 조명한다. 계몽주의의 확산과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종교와 사상을 담는 매체를 넘어,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활발하게  주문되고 생산된 시기다.  

영국 대표 초상화가인 토마스 로렌스는 어린이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했다.  그가 그린  '찰스 윌리엄 램튼'(일명 레드 보이)은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작품인데 역시 이번 전시에서도 관람객의 눈길, 발길을 모은다.

4부는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이란 제목으로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되었다. 비로소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화가들은 점차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바탕으로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예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서서히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커져간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 간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영국의 내셔널갤러리가 추구하는 정신이  바로  '모두를 위한 예술'이다.  그리고 잠시이지만 우리 곁까지 찾아왔다. 


컬처램프에서 기사보기 :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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