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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Jul 12. 2023

AR VR XR로 확장하는 예술

뮤지엄 웨이브 개관기념전 《SUBLIME 숭고》

외부의 공기와 섭취하는 영양소는 혈액에 실려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된다. 실제 어떤 형상일지 상상에만 그쳤던 것을 이제는 눈으로 보고 감각할 수 있다. 확장현실(XR) 기술을 통해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이 접목된 회화, 미디어 아트 인스톨레이션 등 예술가들이 영감을 표현하는 매체는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다. 성북동 대사관로에 새로 문을 연 뮤지엄 웨이브에서 지난 6월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개관기념전 ‘숭고 SUBLIM’에서는 몰입형 체험 전시와 신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미디어 아트, 회화, 조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숭고’라는 제목의 전시는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이 예술감독 및 큐레이션을 맡았다. 전시는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에 참여한 몰입형 체험전시 ‘이볼버(EVOLVER)’를 포함해 메모 악텐(Memo Akten)과 에얄 게버(Eyal Gever)의 ‘WAVE’(웨이브)’,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재키 차이(Jacky Tsai)의 ‘UNITY IN DIVERSITY(다양성 안에서의 통합)’, 포스트단색화그룹 대표화가 김택상의 ‘PURITY(순수)’ 등으로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유기성을 탐구하고 승화시키는지에 관한 주제를 담아낸 연작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뮤지엄 웨이브는 신축 건물이 아니라 옛돌박물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적절하게 공간에 배치했다. 1층에서 만나는 작품은  메모 악텐과 에얄 게버의 미디어 아트 ‘Waves’이다. 터키 출신의 메모 악텐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컴퓨터 과학자이다. 그가 고안한 복잡한 해양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빚어낸 영상은 바다의 힘과 취약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바다와 자연이 이 우주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탐구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아티스트 에얄 게버는 파도의 한 순간을 포착한 영상으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만들어지는 에얄 게버의 작품 ‘피스 오브 오션’은 마치 자연의 현상이 파도를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층 전시실에선 영국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해골 모티브 디자인으로 유명한 재키 차이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재키 차이는 전통적인 캔버스에서 NF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재키 차이는 수많은 동서양의 상징들이 등장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세상을 패러디하는 작가의 대표작부터 VR 감상이 가능한 신작에 이르기까지 16점의 회화와 조각 1점이 소개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캔버스 위에서 조우하고 충동하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은 도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VR코드가 찍힌 작품은 스마트폰으로 연동해서 보면 평면에 머물던 용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단색화의 계보를 이으며 한국 추상의 저력을 보여주는 김택상 작가의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담(淡)-PURITY’라는 제목으로 물, 중력, 햇빛, 바람, 시간이 만들어낸 독특한 빛과 색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옥상에서 내려오는 지그재그의 뮤지엄 외부 램프 공간에서는 영국 출신의 음악가, 작곡가, Dj 프로듀서인 막스 쿠퍼와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이자 영상 아티스트인 케빈 맥글루힌이 함께한 미디어아트 작품‘REPETITION’(반복)을 만나 볼 수 있다. ‘무한에 대한 갈망’을 시청각적으로 논평한 작품은 끝없이 반복되는 고층 아파트와 고속도로, 이어지는 빌딩들을 보여준다. 무한반복이 주는 압박과 벅찬 이미지에서는 묘한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뮤지엄 웨이브가 가장 야심 차게 선보이는 작품 ‘이볼버’는 3층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영화 거장 테렌스 말릭이 제작에 참여한 몰입형 체험 전시 ‘이볼버’는 피부의 경계 아래로 우리를 안내하는 초월적 예술설치 작품이다. 선도적인 과학자들과의 광범위한 협업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시각화한 확장현실 아트는 우리 몸과 환경의 분리라는 개념에 도전한다. 헤드셋을 쓰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신 후 세포로 확산되기까지 산소가 인체의 풍경을 통과하는 여정을 시각화함으로써 우리가 외부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피부 아래의 생태계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볼버의 내레이션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이정재가 맡았다. 

전시는 1층부터 올라가면서 보는 것보다는 3층에서 시작해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보고 내려오면서 감상하는 편이 수월하다. 옛돌박물관에 있던 석물들은 대부분 옛돌박물관 외부의 정원으로 옮겨졌다. 2층 전시공간은 기존의 석물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감각을 덧붙여 보여주고 있다. 

뮤지엄웨이브는 IT기업 우리넷이 운영주체이다. 우리넷은 2000년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유무선 통신 인프라 전문코스닥상장 IT 기업으로 케이컬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사업을 수행하며 뮤지엄 웨이브를 개관했다. 

뮤지엄 웨이브는 평일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목, 금, 토요일은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 작품과 멋진 서울의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문의 02-3676-8744.


컬처램프에서 이 기사 보기 :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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