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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20. 2023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카멜레온 같아야"

내년 1월 서울시향 3대 음악감독에 취임하는 지휘자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얍 판 츠베덴(63) 제3대 음악감독과 내년 1월 새로운 음악 여정을 시작한다. 앞으로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끌게 될 츠베덴 감독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시향 2024 시즌오픈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사랑을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서울시향과 음악적 사파리를 시작하는 것 같다.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시향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아우르며 ‘카멜레온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5년간의 계획으로 오페라, 발레 등 예술단체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서울시향의 기량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해외 순회공연, 재능 있는 지휘자 양성, 말러사이클 전곡 녹음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츠베덴 감독은 마지막으로 신인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할 계획도 밝혔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인 정재일에게도 위촉 곡을 요청했다.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라며 주저하던 정재일을 츠베덴이 설득했다고 했다. 츠베덴 감독은 “지난해 뉴욕필에서도 세계 초연을 19번이나 했다. 다양한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위촉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츠베덴은 1996년부터 본격적인 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미국 댈러스 심포니(2008∼2018년), 홍콩 필하모닉(2012∼2022년)의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2018년 9월부터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츠베덴은 2024년 1월 25일과 26일 츠베덴 감독의 취임 연주회에서 말러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하며 서울시향과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내년 1월 25일 서울시향(SPO) 3대 음악감독으로 공식 취임하는 소감은? 

올해 서울시향과 이미 여러 번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고 그동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과 일했다. 그런데 지금 마치 사랑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SPO와 음악적 사파리를 시작하는 것 같다. 앞으로 5년간의 여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기대된다.


앞으로 5년간 서울시향과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서울시향과 펼쳐나갈 프로젝트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협력’이다. 서울은 음악뿐 아니라 재능 있는 연주자와 아티스트들이 많은 예술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오페라, 발레 등 다른 예술단체들과 협업을 해나가고 싶다. 그다음은 SPO의 역량을 널리 알리도록 해외 순회 연주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국제적 사운드와 명성을 얻는 교향악단이 되는 데에는 해외순회공연이 중요하다. 한국의 재능 있는 지휘자와 음악가를 양성하는 것도 지휘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매년 스위스에서 메뉴인페스티벌을 통해 젊은 지휘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지휘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훌륭한 음악 DNA를 갖추도록 육성하겠다. 마지막으로 임기중 말러 사이클 전곡 연주와 녹음을 SPO와 함께 하고 싶다.    


투어와 녹음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손은경 대표) 해외 순회공연으로 2024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 투어를 추진 중이다.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전용홀과 업무협약을 맺고 초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츠베덴) 5년간 말러 사이클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도 하고 싶다. 취임 연주회에서 연주할 말러 1번부터 리코딩을 시작할 계획이다. 매년 2회 정도 말러 연주를 하면 5년간 사이클 전곡을 녹음할 수 있다.


서울시향의 기량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지, 기량을 끌어올릴 비책은 무엇인지?

다른 오케스트라와 기량을 비교하는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서울시향은 다른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기량을 끌어올리는 비책은 많은 준비와 훈련, 그리고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이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어쩌다 한번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시간, 매 순간 훌륭한 연주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함께 가능 여정을 협력하면서 높은 퀄리티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신진 지휘자 양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공개 오디션을 구상 중이다.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스위스에서 열리는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첫해에는 지원자가 4명이었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284명으로 늘었다. 오디션을 통과한 지휘자들이 서울시향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상을 주거나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다. 연주회를 개최해 수상한 지휘자들이 관객 앞에서 지휘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신년 취임 연주회에서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고, 메인 프로그램으로 말러 1번 ‘거인’을 연주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미 대스타이고 앞으로 더 훌륭하게 성장할 음악가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를 첫 협연자로 초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말러 1번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곡이다.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시작하면서 첫 연주도 말러 1번이었다. 내가 함께 성장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1번 ‘거인’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렵지만 오케스트라의 기량 향상에 매우 중요한 곡이다. 말러 교향곡들의 가장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작품이며, 말러가 어떤 인물인지, 작품 안에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그가 지닌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말러 외에도 바그너, 모차르트와 같이 전혀 다른 곡도 연주할 계획이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카멜레온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주력을 향상하려면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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