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숙 화랑 이태원이전 개관기념전으로 11월 11일까지 열렸습니다)
글.사진 함혜리
서울 용산 이태원 소월길에 4층 규모의 신축건물을 짓고 이전한 박여숙 화랑은 이전기념 개관전으로 달항아리 도예가 권대섭(b.1952)의 백자전을 갖는다.
11월 11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권대섭 작가가 걸어온 백자 제작 40년의 시간을 결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갤러리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높이 45cm가 넘는 강건한 백자 입호와 은은한 빛을 머금은 달항아리, 고졸한 멋을 지닌 백자 호 등 18점을 만날 수 있다. 입호는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도자작가로 변신한 권대섭은 도자기 중에서도 백자 항아리를 선택했다. 전통방식과 재료를 사용해 흙을 만들어 형을 빚고 광택을 내고 굽고, 섬세하고 개성 넘치는 백자항아리를 만드는 것을 목적이자 사명으로 삼은 그는 조선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여숙 대표는 “권대섭의 백자는 조선백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구태의연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승화된 아름다움을 지닌다.”며 “수수하면서도 고상하고 깊이가 있는 한국미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꿰뚫고 있는 예술품”이라고 말했다.
권대섭의 도자 작품은 2015년, 2018년 벨기에 안트워프의 유명 화상이자 컬렉터인 악셀 베르보르트에서 백자항아리 개인전을 열면서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달항아리는 5만 2500 파운드(한화 약 97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박여숙 화랑은 1983년 강남 압구정동에 국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관해 주목을 받았다. 1988년 청담동에 재개관했고, 2007년엔 네이처 포엠으로 이전하면서 국내외 현대미술 소개에 앞장서 왔다. 이영학, 김점선, 이강소, 박서보, 김종학 등 국내 현대미술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어 미술시장에 작품의 가치를 적극 알렸고 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며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렸다. 전광영, 박은선 등 이 화랑을 통해 부각된 후 세계적 작가로 활약 중인 작가들도 많다. 크리스토 야바체프, 프랭크 스텔라, 나이젤 홀 등 외국의 유명 작가들도 박여숙 화랑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 2013년 개관 30주년에는 ‘컬러풀 코리아’ 전을 열고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 배병우, 한광석 등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다.
강남 시대를 접고 이태원 시대를 개막한 박여숙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한국의 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다”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만나볼 수 있는 화랑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의욕을 펼쳤다. 문의 02-549-7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