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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Oct 16. 2024

추천전시] 위창 오세창과 간송 전형필 그리고 간송컬렉션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명 중 한 명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은 근대의 역사, 문화, 예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없는 인물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감식안(鑑識眼)이었던 그는 금석학자이자 서예가, 전각가이기도 했으며 특히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 작품을 엄격하게 선별해 엮은 화첩 ‘근역화휘'(槿域畵彙)’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과 간송미술관(관장 전인건)은 위창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전을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6일 개막한다. 12월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한국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근역화휘’ 원본과 함께 위창의 감식을 중심으로 그의 안목을 거친 대표적인 간송 컬렉션 52건 108점이 선보인다.

전인건 관장은 “위창 오세창은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1906~1962)에게 ‘문화보국(文化保國)’의 가르침을 전한 평생의 스승으로 간송컬렉션 형성에 큰 도움을 준 근대미술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2024년 봄을 시작으로 2026년 가을까지 간송미술관의 역사와 간송컬렉션의 형상과정을 재조명하는 3개년 계획의 두 번째 기획이자 위창의 탄신 1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간송에서 소장해 온 위창 편집의 ‘근역화휘’가 3종류라는 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근역화휘’는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근역(槿域)’의 이름 아래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작품을 선별해 정리한 것으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서화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세태를 안타깝게 여긴 오세창이 문화유산 수집과 보존에 헌신한 증거이자 산물로 우리 회화사의 백미(白眉)라 불리는 작품이다. 그동안 ‘근역화휘’는 서울대박물관에 1종류, 간송미술관에 1종류 등 총 2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3권(책)으로 이뤄진 서울대박물관본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간송미술관본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던 까닭에 두 가지 본으로 나눠 두 기관에 소장된 것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간송미술관 학예팀의 연구 결과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한 ‘근역화휘’는 7권으로 이뤄진 1916년 간행본, 오세창이 살았던 당대 화가들의 작품을 묶은 1권짜리 증보판 형식의 1917년 간행본, 그리고 오세창이 경성의 수집가 김용진의 서화 수장품을 입수해 정리해 펴낸 ‘천·지·인’ 3 책의 ‘근역화휘’ 등 총 11권이 있다는 사실과 그 구체적인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연구결과 7 책본에는 총 189인의 244점, 1 책본에는 32인의 38점, 3 책본에는 50인의 70점의 서화작품이 수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3권(천·지·인)으로 구성된 서울대박물관 소장본의 경우 오세창이 김용진의 서화수장품을 입수하면서 함께 꾸며진 것으로 근대 수장가 박영철(1879~1939)에게 증정한 것이다. 오세창이 편집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으며 간송미술관본보다 나중에 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2층 전시실에는 간송미술관 소장 ‘근역화휘’ 3종(7 책·1 책·3 책)의 표지를 비롯해 근역화휘에 수록된 대표작품 39건 46점을 선정해 선보인다. 7 책 중 1 책 1면에 실린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의 ‘양도(羊圖)’를 시작으로 현대첩 제38면에 실린 근대의 서화가 무호 이한복(1897~1944)의 ‘성재수간(聲在樹間)’까지다. 위창의 안목과 감식안에 따라 고려부터 근대까지 산수, 인물, 영모, 화훼, 초충, 사군자, 기명절지 등 다양한 화목에서 탁월한 재주와 기량을 남긴 서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회화사의 시대별 화풍의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오세창의 서화사 연구는 오늘날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에 공개한 3종 11 책의 근역화휘는 간송미술관이 50년 이상 서화 전시를 하는데 근간이 된 책이지만 책의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1층 전시실에는 오세창이 간송의 간송의 서재이면서 수장처인 취설재(翠雪齋), 옥정연재(玉井硏齋)에 증정한 서화와 인장, 간송이 수집한 서화 등 13건 62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중 조선 선조와 인목황후의 첫째 공주인 정명공주(1603~1685)의 글씨 ‘화정(華政)’은 조선의 여성이 남긴 전례 없는 서예 대작으로 오세창이 수장하고 있다가 1937년 간송에게 증정해 옥정연재로 입수된 것이다.

오세창은 간송이 살 작품을 감식하고 작품에 발문(跋文. 작품의 경위 등을 담은 글)이나 보관 상자에 상서(箱書: 상자 위에 쓰는 글씨)를 남겨 수장 내력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간송이 직접 수집한 작품과 함께 오세창의 감식이 담긴 발문을 함께 배치해 유물의 입수경위와 수장 내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또 오세창이 간송에게 증정한 서화와 인장은 오세창의 부친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던 오경석(1831~1879)이 모은 것이었다. 또 오세창이 간송에게 증정한 44과의 인장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형필의 성명, 아호, 별장과 서재 이름 등을 새긴 다양한 재료와 크기의 인장을 비롯해 오세창이 직접 전각한 인장들도 포함된다. 특히 근대 미술계의 거장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인장 중 일부는 실제 안중식의 그림에 사용됐던 것들로 13과 중 10과는 오세창이 역대 인물의 인장을 모아 엮은 ‘근역인수(槿域印藪)’에 실린 것과도 일치한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이번 전시부터 관람료를 성인 5천 원으로 유료화한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매년 봄·가을 소장품전을 무료로 열어왔으나 인건비 등 비용 상승을 감안해 1971년 간송미술관 이름으로 전시한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유료화를 결정했다. 전인건 관장은 “유료화가 전시 관람의 문턱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고 안정적인 미술관 운영에 보탬이 되고자 국공립박물관 수준에 맞춰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에서는 간송이 소장한 국보급 문화재를 모은 ‘여세동보-세상과 함께 보배삼아’ 특별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 글은 컬처램프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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